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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8월25일 서울 팁스타운S1에서 열린 '소상공인 유통분야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잘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임지훈 대표가 카카오의 O2O(온오프라인연계)사업 전략을 수정한다.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던 방식에서 관련 업체들에게 플랫폼만 제공하는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O2O사업에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데 실패한 데다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사업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 임지훈 “O2O 플랫폼 제공에 주력”
임 대표는 10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O2O사업에서 직접 모든 것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앞으로 O2O사업에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부임한 뒤 O2O사업을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사업확대에 주력해왔는데 방향을 틀기로 한 것이다.
임 대표는 “O2O사업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해왔는데 업체마다 처한 상황도 각각 다르고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며 “카카오와 O2O회사들이 서로 잘 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형식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기존 게임사업에서 해왔던 카카오톡게임하기와 비슷한 플랫폼을 O2O사업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모바일게임분야에서 게임이름에 ‘for kakao’를 붙이고 카카오톡 안의 게임하기 플랫폼을 다른 게임유통회사에 제공하면서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이와 비슷하게 앞으로 카카오톡에 O2O 페이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B2C형태로 운영하던 사업을 B2B 방식으로 바꾸는 셈이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등 O2O서비스를 내놨는데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놓거나 카카오톡에 따로 서비스 페이지를 만들었고 회원도 직접 모집했다. 지난해 내놓은 카카오택시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는 올해 출시하기로 계획했던 가사도우미 호출서비스부터 새로운 사업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클린홈’을 따로 내놓는 것을 중단하고 앞으로 관련 업체들과 더 좋은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여러 협력사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수익모델 구축 실패해 방향 틀어
임 대표가 사업방향을 바꾼 것은 그동안 진행해온 O2O사업에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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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가 2016년 7월 내놓은 미용실 예약서비스 '카카오헤어샵'. |
카카오드라이버와 카카오택시 등은 각각 출시된 뒤 이용자가 꾸준히 늘었지만 수익에 기여는 미미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5월 내놓은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사회원 14만 명과 앱 가입자수 140만 명을 확보했고 누적 호출수는 50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내놓은 카카오택시는 앱 가입자수 1150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콜수는 2억 건에 이른다. 최 CFO는 “전국 거의 모든 택시기사들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용자수가 늘어난 데 비해 매출은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O2O사업 매출과 카카오페이,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반유통 등을 묶어 기타매출로 발표한다.
올해 2분기 기타 매출은 1분기와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효과 덕분이었고 3분기 역시 2분기보다 매출이 늘었지만 카카오는 음반유통과 카카오톡선물하기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새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케팅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 실적에 부담이 커졌다.
2분기 광고선전비로 160억 원을 썼는데 1분기와 비교해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3분기 광고선전비도 2분기보다 50% 증가했다.
O2O사업을 확대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점도 사업방향을 바꾸는 데 한몫했을 수 있다. 카카오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 영세한 업체들이 자리잡은 상권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는 각각 출시된 뒤 기존 콜택시 업계와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관련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존 상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힘썼다”며 “사업방향을 바꾼 것은 생활밀착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게임처럼 성공할까
카카오는 게임사업에서 쌓은 플랫폼사업 경험이 앞으로 O2O사업을 펼치는 데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게임하기 플랫폼을 2012년 7월 내놨는데 모바일게임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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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내 구글 마켓을 기준으로 매출순위 30위 안에 든 모바일게임 가운데 10개가 카카오톡게임하기를 통해 유통되는 게임이다. 사진은 10일 현재 국내 구글 마켓의 게임별 매출 순위. |
사업 초반에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와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 네시삼십삼분의 ‘블레이드’와 ‘영웅’ 등이 카카오톡게임하기를 통해 크게 흥행했다.
10일 국내 구글 앱마켓을 기준으로 매출순위 30위 안에 들어있는 모바일게임 가운데 10개가 이름 뒤에 ‘for kakao’가 붙어 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카카오는 수수료로 수익을 얻고 게임회사는 카카오톡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홍보효과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이런 사업모델과 경험을 O2O사업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수익모델을 빠르게 구축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카카오가 내놓은 대리운전이나 콜택시, 미용실 등 서비스를 살펴보면 기존 업계가 대부분 매출규모가 작은 업체로 이뤄져 있다. 그만큼 카카오톡을 통한 홍보효과가 절실할 수 있다.
반면 게임사업에서 성공한 노하우를 그대로 O2O사업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O2O사업은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데다 각 사업의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서 이미 PC온라인게임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게임사업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이 하나만 성공하면 매년 몇백억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임사업과 현재 O2O사업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카카오는 매출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수수료를 감안해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