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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병준 게임빌 및 컴투스 대표이사 |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모바일게임회사다.”
송병준(38) 게임빌 및 컴투스 대표이사의 말이다. 게임빌 창업주인 송 대표는 지난해 10월 최대 경쟁사였던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이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처음부터 모바일게임회사를 지향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거대 게임회사들이 모바일게임시장에 뛰어들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는 박지영 전 컴투스 사장한테서 컴투스 지분을 인수했다.
송 대표의 이런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두 회사는 2분기에 나란히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컴투스는 매출 430억 원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게임빌은 매출 332억 원에 영업이익 22억 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매출 732억 원에 영업이익 195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0%에 육박한다.
송 대표는 모바일게임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송 대표가 이끄는 게임빌은 포브스가 지난해 꼽은 아시아 500대 유망기업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그는 모바일게임으로 수천억 원대의 부자대열에 올랐다.
송 대표는 한때 모바일게임시장 1, 2위를 다투던 게임빌과 컴투스를 어떻게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과연 세계 최고의 모바일게임회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 13년 경쟁사 컴투스를 품에 안다
컴투스는 2분기에 1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동기보다 754%나 증가한 것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컴투스와 게임빌의 교차홍보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두 회사를 모두 경영하게 된 뒤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뜻이다.
송 대표는 지난해 10월 박지영 전 컴투스 사장과 그의 가족들이 보유한 컴투스 지분 21.37%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대주주였던 박 사장으로부터 컴투스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거래였다.
송 대표는 약 700억 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2012년 게임빌 총매출과 비슷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당시 송 대표의 컴투스 경영권 인수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제휴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송 대표는 2000년 1월 게임빌을 창업한 뒤 안정적 투자를 추구하며 인수합병 시장에 나서지 않았다. 해외법인 3개를 세운 것 외엔 별다른 자회사도 두지 않았다.
송 대표는 인수 전부터 꾸준히 박 사장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19일 송 대표에게 컴투스 경영권을 넘긴 뒤 “컴투스를 가장 잘 알고 더 좋은 회사로 키워낼 곳이 게임빌이라는 신뢰가 컸기에 (매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10년 이상 경쟁했던 컴투스에 과감하게 손을 내민 안목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다
송 대표는 컴투스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점유율 1위인 CJE&M 넷마블을 추격할 기반을 마련했다.
게임빌은 피쳐폰 시절에 모바일게임시장을 컴투스와 나눠 지배했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이 1조 원대까지 커지면서 2011년을 기점으로 그 위상이 흔들렸다.
넷마블을 비롯한 대기업과 위메이드 및 NHN엔터테인먼트 등 게임개발사들이 대거 모바일게임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넷마블은 지난해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한 게임을 평균 일주일에 하나씩 출시하며 시장을 잠식했다.
송 대표는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2분기 게임빌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8.7% 떨어진 35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39억 원으로 32.3%나 감소했다.
송 대표는 이때부터 컴투스를 인수할 생각을 품었다. 송 대표는 지난해 7월 게임빌에 대해 62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그는 유상증자로 얻은 돈을 국내외 모바일게임회사 인수 등에 쓰겠다고 했다.
형편은 컴투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분기에 컴투스도 영업이익이 2012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1% 줄어든 20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33억 원으로 62%나 감소했다.
반면 넷마블은 독보적으로 성장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했다. 게임빌과 컴투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가 컴투스를 인수한 것은 두 회사 모두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컴투스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 2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15%)를 바짝 따라붙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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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병준 게임빌 및 컴투스 대표이사 |
◆ 글로벌 경쟁할 수 있는 몸집을 갖추다
송 대표는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자체 게임유통 플랫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각각 독자적 게임유통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었다. 두 플랫폼을 합치면 약 3억2천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송 대표는 컴투스 인수를 통해 카카오게임 등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은 넷마블과 위메이드가 과점한 상황”이라며 “투자여력을 지닌 대규모 온라인기업 진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빌과 컴투스가 시너지를 낸다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모바일게임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송 대표는 규모만 되면 넷마블과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규모 게임개발사들이 모바일게임시장에 뛰어들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송 대표는 “온라인게임사들은 하루아침에 우리만큼의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온라인게임사와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컴투스를 인수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시장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송 대표는 이런 전략으로 지난해부터 몸집 불리기기에 들어갔다.
송 대표는 지난해 4월 게임빌 아래에 모바일게임 제작전문 자회사 ‘게임빌엔’을 설립했다. 송 대표는 친동생인 송재준 게임빌 부사장에게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겼다. 게임빌 관계자는 “외부의 소규모 스튜디오와 협력해 개발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라며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 모바일게임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2월까지 컴투스를 포함해 모두 10개의 게임개발사를 인수했다. 인수한 회사들은 대부분 게임빌이 퍼블리싱한 모바일게임 ‘그레이프밸리’ 개발사 나인휠스 등 이전에 그와 협력했던 경험이 있는 곳들이다. 안정적으로 모바일게임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포석이었다.
◆ “세계인의 손맛을 사로잡겠다” 해외로
게임빌은 지난해 매출 가운데 56.5%를 해외에서 냈다. 컴투스도 매출 중 33%는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송 대표는 2006년 “아이디어가 튀는 게임들에 네트워크성을 더해 세계인의 손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현재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마켓 등 세계 스마트폰 오픈마켓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제작사다.
게임빌이 지난달 25일 발매한 신작게임 ‘크리티카’는 출시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100만 건을 넘겼다. 이 가운데 70%가 해외에서 내려받은 것이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와 미국 구글 플레이마켓에서도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컴투스가 지난 3월 내놓은 낚시 모바일게임 ‘낚시의 신’은 현재까지 총 8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낚시의 신’이 매일 올리는 매출만 2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다운로드 순위 40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나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송 대표의 ‘돈줄’이 됐다.
송 대표는 그동안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2006년 2월 국내 모바일게임회사 가운데 최초로 게임빌 미국지사인 ‘게임빌USA’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미국 통신업계 1위기업인 AT&T에 직접 모바일게임을 공급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철저히 거쳤다.
그는 당시 “모바일게임 시장환경은 급변하고 있어 준비를 철저히 한 회사와 아닌 회사의 운명이 확연히 갈린다”며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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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병준 게임빌 및 컴투스 대표이사는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탐색하고 있다. |
◆ 모바일시대를 미리 준비하다
송 대표의 이런 노력은 2008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빛을 냈다. 휴대폰 성능과 통신망의 질 때문에 발전이 늦었던 모바일게임시장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이 과정에서 ‘신속한 분석과 발 빠른 선점’을 내세웠다. 게임빌USA 등 현지법인을 통해 해외환경을 분석한 뒤 가장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그는 이런 전략을 통해 2008년 국내 게임회사 중 처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게임을 제공했다. 이후 애플 앱스토어와 MS 윈도 마켓플레이스에도 차례차례 게임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체제에 맞춰 해외사업 비중을 늘렸다.
송 대표는 요즘 아시아 모바일게임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광고회사 앱리프트는 지난해 말 약 18조 원 규모였던 전 세계 모바일게임시장 가운데 아시아와 태평양지역 국가가 13조 원을 차지한다고 점쳤다. 이 지역에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과 전 세계 모바일게임 생태계 규모 2위를 자랑하는 일본이 들어있다.
송 대표는 2011년 12월 일본법인 ‘게임빌재팬’을 세운 데 이어 다음해 NHN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모바일메신저 라인에 게임빌 게임을 제공했다. 지난해 6월 중국지사인 ‘게임빌차이나’를 세우고 현지 최대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인 텐센트 및 추홍과 계약을 맺었다.
송 대표는 “세계경제 중심지인 북미지역을 먼저 공략해 성공하려 했다”며 “이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송병준의 모바일게임 외길인생
송 대표는 모바일게임 제작 1세대다. IT 전문가들은 송 대표야말로 게임빌과 컴투스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처음 게임빌을 창업한 이래 오직 모바일게임만 들여다보면서 오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모바일게임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휴대폰이 흑백이었을 때부터 진화할 때마다 우리는 거기에 맞는 게임을 내놓는 데 주력했다”며 “과거의 고생과 경험이 회사의 자산이 되어 이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게임 완성 전에 미리 파악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송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벤처창업동아리 ‘학생벤처네트워크’의 초대 회장이기도 했다. 그는 2000년 1월 24세의 나이로 게임빌을 설립하며 벤처기업인이 됐다.
그뒤 한동안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병행하다 2003년 말 모바일게임 전업체제를 선택했다. 송 대표는 “온라인게임 시장은 당시에도 포화상태였으나 모바일게임은 끝없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엔 모바일게임시장이 아직 크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송 대표는 스스로의 안목을 믿고 모바일게임을 주력사업으로 밀었다.
그는 2012년 한 인터뷰에서 “항상 휴대할 수 있고 완벽하게 개인화되는 모바일기기는 나중에 반드시 지녀야 할 물건이 된다고 확신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모바일게임은 언젠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 포브스가 꼽은 아시아 유망기업
송 대표는 게임빌이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선구자가 되도록 한 주역이다.
2003년 피쳐폰 환경에서 내놓은 모바일게임 ‘놈’ 시리즈는 1편과 2편 모두 다운로드 100만 건을 넘겼다. 2002년부터 꾸준히 나왔던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도 2009년 모바일게임 중 처음으로 누적 다운로드 1천만 건을 기록했다.
게임빌 전체 게임이 그동안 다운로드된 횟수를 세면 1억3천만 건이 넘는다.
송 대표는 이제 세계적 주목을 받는 기업인이 됐다. 포브스는 지난 2년 전부터 ‘아시아 500대 유망기업’ 중 게임빌을 유일하게 한국기업으로 선정했다. 특히 지난해에 500대 유망기업 가운데 10위 안에 꼽히기도 했다.
송 대표는 2009년 7월 게임빌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청년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게임빌 지분 34.3%를 보유했는데 순식간에 주식평가액은 283억 원에 이르렀다. 송 대표는 그뒤 2012년 5월 지분 일부를 외국인투자자에게 팔면서 105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
송 대표는 컴투스 지분을 인수한 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는 다시 급등했다. 그가 보유한 게임빌 주식은 12일 주가로 환산하면 약 1900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