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자리한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된 비전프로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출시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중고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애플이 비전프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개발자들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는 데다 전용 앱 개발 난도가 높아 참여가 부진해 사용자가 즐길 ‘킬러 앱’이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조사업체 앱피규어 자료를 인용해 9월 한 달 동안 출시된 비전프로용 앱이 고작 10개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2월 비전프로가 처음 시장에 나온 뒤 매달 수백 개의 앱이 나왔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2월부터 9월까지 발매된 1770여 개의 앱 가운데 34% 정도만이 비전프로에 최적화한 앱이라는 점도 거론됐다.
애플의 다른 제품인 아이폰은 출시 1년 동안 5만 개의 앱을, 애플워치는 5개월 만에 1만 개의 앱을 확보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앱이 전반적으로 부족해 비전프로를 재판매하는 사용자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9월 기준 비전프로의 평균 중고가는 공식 판매가인 3499달러(약 474만 원)보다 1천 달러 이상 낮은 2494달러(약 338만 원)로 집계됐다.
비전프로용 앱 출시가 부진한 이유로 개발자를 위한 애플의 인센티브가 부재하다는 점이 꼽혔다.
헤드셋 경쟁사인 메타는 자사 제품인 ‘퀘스트’용 앱을 제작하는 개발자에 자금을 지원하고 일부 제작사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퀘스트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확장현실(XR) 헤드셋 시장 점유율 7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애플 점유율은 3%에 그쳤다.
투자업체 트립틱캐피탈의 버트란드 네뷰 공동 설립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애플도 앱 제작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비전프로용 앱 제작이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용 앱보다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아 개발자들이 참여를 망설인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2025년에 발매가 예정된 애플의 보급형 비전프로에 다수 개발자가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함께 짚으며 시장 확대와 더불어 앱 생태계도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천 달러 가격대의 비전프로 보급형 버전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