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4대 금융지주가 하반기 한국 증시의 ‘빅 이벤트’로 꼽히는 밸류업지수 편입을 두고 운명이 갈렸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발 빠르게 내놓은 덕분에 ‘특례’를 통해 문턱을 넘었지만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밸류업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 한국거래소가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 우리금융이 특례를 통해 편입되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빠졌다.
앞으로 밸류업지수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 등 정부 증시 부양정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수 편입 여부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코리아 밸류업지수는 종목 선정기준에서 주주환원을 규모나 비율이 아닌 시행 여부로만 평가하면서 저평가 가치주, 배당주 등의 편입에는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 하나금융과 같은 대형 금융주가 배제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수의 한계점과 별개로 지수 편입 여부는 단기적으로 투자자 자금 수급에 영향을 주면서 주가 방향이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리아 밸류업지수가 발표되면서 편입 종목들에 관한 수급 유입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11월 밸류업지수 관련 ETF 출시에 연기금이 밸류업지수를 벤치마크 기준으로 사용한다면 관련 종목들에 우호적 수급 여건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도 “밸류업지수 발표에 따라 단기적으로 배당주, 정책 수혜주, 가치주 등 종목의 실망 매물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올해 초부터 밸류업 정책에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금융, 지주, 자동차 등 업종을 매수한 만큼 이들 투자자의 판단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은 정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4대 금융은 모두 올해 초부터 밸류업 정책에 앞장서 주주환원율 확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주주와 소통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밸류업 정책이 투자심리와 수급에 미친 영향이 큰 만큼 밸류업지수 등이 앞으로 주가에 미칠 영향도 더욱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2024년 들어 이날까지 주가가 44.36% 오르면서 밸류업 수혜를 가장 크게 봤다.
신한금융(33.25%), 하나금융(32.94%)도 주가가 30% 넘게 뛰었다. 반면 우리금융(19.53%)이 주가 상승폭으로는 상대적으로 가장 뒤쳐져 있었다.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출시하며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KB금융, 하나금융은 이번 밸류업지수 편입이 불발된 만큼 앞으로 주가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계획 본공시를 내놓은 우리금융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금융은 앞서 7월25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뒤 한 달 동안 주가가 13.97% 뛰었다.
아직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하지 않은 KB금융과 하나금융 주가가 같은 기간 각각 5.35%, 8.3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의 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우리금융과 비슷하게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내놓은 신한금융은 이미 주가가 급등한 상태인 만큼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했다. 하지만 공시 뒤 한 달 동안 투자자 추이를 보면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아졌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나 밸류업지수 편입 등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수급이 확대될 수 있지만 결국은 주주환원 확대 행보와 내용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밸류업지수가 발표된 뒤 처음 장이 열린 이날 주가 움직임을 봐도 신한금융(-5.32%), KB금융(-4.39%), 하나금융(-3.02%), 우리금융(-1.02%) 등 4대 금융 주가가 모두 내렸다.
증권가에서도 근본적 주주환원 정책 규모 등을 반영해 밸류업지수에서 배제된 KB금융, 하나금융 등을 오히려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꼽기도 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금융주 투자전략에서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금리인하에 따른 자본비율 개선세 여력 및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KB금융, 하나금융을 금융업종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본래의 취지가 약화한 상황에서 지수 편입 여부보다는 근본적 주주가치 제고 내용을 투자자들이 직접 판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아쉽지만 은행업종에서 하나금융지주를 최선호주로, KB금융 차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