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9-23 15:43:3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첨단소재 부문의 양극재 사업에서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급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 사업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석유화학 사업의 더딘 수익성 개선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나프타 분해설비 설비과잉에 따른 구조적 불황이 길어지면서 여수 2공장의 매각설이 제기되는 등 사업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양극재 사업에서 고객사를 점차 늘려가고 있지만, 석유화학 사업의 더딘 수익성 개선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증권업계의 LG화학 3분기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배터리 관련 사업은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석유화학 사업 부문 회복은 여전히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아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3분기에 전분기 대비 판매량 20% 감소가 예상되지만, 한 자릿수 후반대의 마진율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판매가격이 반등하면서 고가 원재료 투입에 따른 부담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은 2023년 10월 도요타 북미 생산법인(약 3조 원), 2024년 2월 미국 GM(25조 원 규모)에 이어 지난 22일 도요타-파나소닉 합작법인 PPES에 2026년부터 양극재를 대규모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외부 공급처가 늘어나면서 LG에너지솔루션에 쏠린 양극재 매출 비중의 분산효과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LG화학으로부터 원재료 매입 거래로 상반기 9913억 원을 매입했다. 이는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의 상반기 매출 78.4%에 이르는 금액이다. 수처리 RO필터, OLED 재료 등의 '비 2차전지 소재사업'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매출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LG화학은 지난해 양극재 사업 목표로 △2026년 연간 생산능력 20만 톤(한국 13만 톤, 중국 6만톤, 미국 1만톤) △2030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 이외 고객사 비중 40%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늘어난 고객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회사는 미국 테네시주에 2조 원을 투입해 연간 생산능력 6만 톤의 양극재 공장을 2023년 12월부터 건립 중이다. 가동 목표 시기는 2026년 6월이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여파로 연간 생산능력 5만 톤 규모의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과 국내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증설 계획은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가동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신 부회장으로서는 전기차 시장 캐즘에 일시적으로 부진한 양극재 사업보다 중국 공급과잉에 휘청이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이 최대 골칫거리다.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제품 설비 증설에서 비롯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부터 폴리에틸렌(PE), PVC/가소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아크릴/고흡수성수지(SAP), 합성고무, 특수수지 등 최종제품으로 수직계열화 된 생산체계를 갖췄으나, 중국발 구조적 불황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이 올해 3분기 △환율 하락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일부 제품 스프레드 감소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 4조9025억 원, 영업손실 9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석유화학 기초유분 업황이 중국의 증설로 구조적 불황에 빠지면서 LG화학의 여수2공장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 LG화학 >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더뎌지면서 LG화학의 나프타 분해설비(NCC)인 여수2공장 ‘매각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신규 진입과 경쟁사 증설로 기초 유분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회사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양극재 사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외부 고객사 유치를 위해 협의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