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 맨 앞)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맨 앞)이 9일 베이딩 댜오위타위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 참석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고위 관료들이 연달아 유럽연합(EU)을 직접 방문해 전기차 관세 인상안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복수의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상무부 차관 리페이를 비롯한 협상단은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으며 전날인 9일엔 사빈 웨이안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을 만났다”라고 보도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 또한 다음 주에 역시 유럽연합을 방문해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부위원장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무역을 주관하는 부서 장관과 차관 모두가 일주일 새 유럽연합을 잇달아 찾아 관계자들과 접촉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협상단을 유럽연합에 파견한 것과 별도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초청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9일 회담을 열었다. 이번 회담에선 전기차도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다수 회담을 가지는 배경으로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안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는 점이 제시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종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7.0%∼46.3%로 인상하는 확정 관세 초안을 8월19일 발표했다.
관세 인상 이유로는 중국 당국이 유럽연합의 역외보조금(FSR) 그리고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에 반하는 보조금을 자국 전기차 기업들에 제공해 유럽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점이 제시됐다.
유럽연합은 각국 의견 수렴 절차와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일정 비율 이상이 찬성하면 인상한 관세안을 10월30일 시행한다.
중국으로서는 관세를 막아볼 수 있는 시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중국 당국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추가 관세를 피하려는 물밑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으로 수출하는 전기차에 가격 하한을 설정하거나 일정 물량 이상을 수출할 때만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러한 제안은 유럽연합에 불충분한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이에 중국 당국도 적극적으로 외교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읽힌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무역)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개방 경제인 유럽은 이에 무척 취약하다”라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전 총리 발언을 함께 실으며 관세 철회에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