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구하라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8월28일 일명 ‘구하라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제도는 2026년 1월31일부터 시행되며 2024년 4월25일 이후 개시되는 상속부터 적용된다. 새롭게 신설된 민법 제1004조의2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한다.
구하라는 2019년 사망한 가수이다. 구하라에게는 친엄마와 오빠가 가족으로 있었다. 그런데 친엄마는 구하라가 9살 때 집을 나가서 20년이 넘게 연락을 끊고 살았다.
문제는 구하라의 친모가 구하라의 재산을 상속하려고 하면서 일어났다. 구하라는 미혼인 상태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구하라의 어머니는 민법상 최선순위 상속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 제1000조에서는 상속의 순위를 규정하고 있고 제1004조에서는 법정상속인이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상속 결격이라고 한다.
우리 민법은 일정한 형사상의 범죄행위와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 등 5가지를 상속 결격 사유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즉 법에 규정된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상속 결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헌법재판소는 2018년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의 경우를 상속 결격 사유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다른 상속인인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결정했다. 민법 제1004조를 합헌이라고 본 것이다.
현행 민법의 상속 결격 규정으로는 구하라가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친모의 상속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양육 책임을 저버린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또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부모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향한 학대나 방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와 관련해 법적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부모의 부양의무 위반이나 학대 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상속권 상실제도가 도입되게 되었다.
민법 제1004조의 2는 상속권 상실의 사유를 다음의 2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
2.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이 사유들은 단순한 부양 소홀이나 가벼운 범죄가 아닌 ‘중대한’ 위반이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상속권 박탈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속권 상실은 법원의 선고로 결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절차와 관련해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하거나 유언이 없더라도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피상속인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되 그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다른 상속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부모의 학대나 방임으로 고통받은 자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중대한’ 위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의 불확정개념은 법원의 해석에 따라 그 범위가 결정될 것이다. 이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어, 일관된 판례의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부모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부양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같은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어느 정도의 방임이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는지, 어떤 행위가 ‘심히 부당한’ 대우로 볼 수 있는지의 기준이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과거의 학대나 방임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나 은밀히 이루어진 학대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만약 부당한 대우를 받는 쪽이 미성년자인 경우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를 본인이 사망할 때까지 보존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가족 관계 형성과 아동 보호를 위해 이 제도가 균형 있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이 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부모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아동의 권리를 향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높아지기를 희망한다.
일명 ‘구하라법’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민법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선고) ① 피상속인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야 한다.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
2.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② 제1항의 유언에 따라 상속권 상실의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유언이 없었던 경우 공동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
2.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④ 제3항의 청구를 할 수 있는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제3항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해 상속인이 될 사람이 이를 청구할 수 있다.
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⑥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 상실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한다. 다만, 이로써 해당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
⑦ 가정법원은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상속권 상실의 청구를 받은 경우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그 밖에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⑧ 가정법원이 제7항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한 경우 상속재산관리인의 직무, 권한, 담보제공 및 보수 등에 관하여는 제24조부터 제26조까지를 준용한다.
‘구하라법’은 가족관계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고 부모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려는 중요한 시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되는 상속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구하라 본인의 상속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제도가 단순히 상속권을 박탈하는 수단이 아니라 건강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