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9-04 18: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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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 정년과 연금수급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입니다. 공식적으로 5년 현실적으로 7년 이상의 소득 공백기는 노동자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시장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년연장 입법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정년연장 문제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 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정년연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토론회에는 노년층 빈곤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개혁과 연계한 정년연장의 필요성, 고령화와 인구 감소 상황에서 고령층 고용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학계와 노동계, 정부와 국회 인사들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
1998년 나온 1차연금개혁에 따르면 연금수급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연금지수급연령은 2013년 61세로 늘어난 뒤 5년마다 1년이 추가돼 2023년 기준으로 이미 63세까지 늘어났다.
불과 1~2년 늘어났음에도 실제 은퇴자들이 겪는 고통이 큰 상황이다. 안그래도 2022년 기준 39.3%로 OECD 1위(평균 13.2%) 인 한국 노인빈곤율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정부는 이날 발표한 연금개혁 방안에서 의무가입 연령을 기존 59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하면서 노동계에선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연금지급시기에 맞춘 정년 확대를 2024년 총선공약으로 내걸었으며 8월29일 박정 민주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령자고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이를 놓고 △청년 고용 저해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민주당은 청년고용과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국민공감대를 얻기 위해 공론화 과정에 착수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연금수급연령(65세)와 정년(60세) 사이 간극이 있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는데 공감대가 모였다. 정년을 65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불일치가 국가경제와 연금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왔다.
축사를 한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1년에 6%라는 연금액 감소 패널티를 감수하고도 연금을 조기수급하려는 노년층이 지난해 10만 명을 넘었다"며 "이들이 3~5년의 소득 공백기를 버티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 4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년연장 입법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연도별 국민연금 조기연금 신규 수급자수 현황'을 보면 2023년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는 11만 2031명이었다.
2022년 5만9314명에서 1년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뒤로 미뤄진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발제를 맡은 김성회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역시 "나라가 노후소득 공백을 공식화한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정년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금지급시기가 곧 정년이라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노후소득공백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OECD 국가는 한국 뿐이다.
김 교수는 연금개혁 논의와 관련해서도 "연금지급개시 연령과 정년을 일치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 정부가 연금개혁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연금의 재정건전성이라는 목표에만 매몰돼 제도 취지인 노후소득대책 문제는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후 토론에 나선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데 우리는 반대 주장을 펴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국민연금 수급시기는 늦추면서 정년은 내버려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짚었다.
새날은 2008년부터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위한 상담과 소송, 컨설팅, 법률교육, 법률이론연구 관련 활동을 펴는 법률사무소다.
김 변호사 역시 "연금지급시기와 정년은 당연히 일치돼야 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정부의 주 관심사인 국민연금 재정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날 토론회에는 법제화 이전에 노사합의를 통해 정년 확대를 달성한 기업노조 관계자들이 나와 정년 확대에 따른 효과 등을 발표했다.
대양그룹 제지사업부인 신대양제지 노조 관계자는 "신대양제지의 경우 61세로 정년을 연장한 뒤 노동자 만족도는 물론 생산성면에서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며 "사측도 도입 이후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우리 노조는 노사대화를 통해 향후 62세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대양제지측은 다만 고령 노동자의 인지능력 저하와 안전사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월2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와 함께 근로환경 개선도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일부 산업의 경우 청년 노동자 지원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고 숙련공 육성이 어려운 곳들이 많아 정년확대가 반드시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년확대 법제화를 통해 이같은 긍정적 사례가 확산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