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매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에 이어 ‘은테크’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는 금보다 가격부담이 덜한 데다 전기차배터리 등 산업용 소재로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 최근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금에 이어 은 등 안전자산에 개인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한국금거래소의 실버바 상품. <연합뉴스>
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 최근월물(현재시점에서 만기 도래가 가장 가까운 물량)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2024년 8월 말 기준 은 1온스당 가격은 30달러(약 4만 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이 24%가량 올랐다.
은 시세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1온스당 2500달러(약 335만 원)를 넘어선 금 가격과 비교하면 소액투자로 시작하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은은 글로벌 친환경산업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은은 다른 금속과 비교해 전기와 열 전도율이 뛰어나고 안정성이 높은 소재다. 이에 따라 귀금속분야 외 전기차 등 자동차, 반도체, 태양광패널 등 산업용 수요가 50%를 넘어선다. 금은 산업용 수요가 생산량의 6% 수준에 머문다.
한국 삼성SDI이 생산하는 전기차 1대 분량의 전고체 배터리에는 은 약 1kg이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테크에 눈을 돌리려는 투자자들은 시중은행에서 실버바 현물을 구매하거나 실버뱅킹 등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을 비롯해 주요 은행들은 영업점을 통해 골드바와 함께 한국금거래소에서 보증하는 실버바 매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계좌 출금 등을 통해 실버바를 1kg 단위로 구매하고 원하는 영업점에서 현물을 받아오면 된다.
신한은행은 은 적립식 계좌인 ‘신한실버리슈실버테크’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실물 거래 없이 통장으로 자유롭게 은을 그램(g) 단위로 매입, 매도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은 가격 변동성 등 위험요소를 고려해 신한실버리슈실버테크 고객에 목표수익률과 위험수익률을 문자로 보내주는 서비스, 정기수익률 통보서비스 등 사후관리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 만큼은 아니지만 은 시세가 최근 오름세에 있다 보니 신한실버리슈실버테크 계좌 신규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도 은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선물(H)’ ETF가 대표적이다. KODEX 은선물(H)은 미국상품거래소에 상장된 은 선물의 최근월물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한다.
▲ 삼성자산운용‘KODEX 은선물(H)’ ETF는 은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87%를 보였다. <삼성자산운용 KODEX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87%, 6개월 수익률은 29.98%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은 가격은 산업경기 등에도 영향을 받다 보니 투자 기간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있는 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금은선물(H)’ 상품도 있다. 다만 이 ETF는 포트폴리오에서 은 투자 비중이 10%로 높지 않다.
상장지수증권(ETN)시장에는 은 투자 관련 상품이 다양하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많은 대형 증권사들이 은 선물 투자상품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KB증권의 ‘KB 레버리지 은 선물 ETN(H)’는 1개월 상승률이 4.87%, 올해 들어 8월까지 상승률은 3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메리츠 레버리지 은 선물 ETN(H)’도 최근 한 달 4.70% 올랐다.
ETF와 ETN 상품들은 실시간으로 가격변동을 따라갈 수 있고 주식처럼 거래가 쉬운 점이 장점이다.
다만 ETN 상품은 자산이 수탁회사에 보관되는 ETF와 달리 증권사가 신용으로 보증하는 파생결합증권 상품으로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은 가격 자체의 변동성도 투자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과 비교해 저평가된 은 가격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며 “은은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산업용으로 소비돼 안전자산에 더해 인플레이션 헤지(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것) 자산 역할이 큰 만큼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금보다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은 올해 22.1% 오르며 주요 자산군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지금 금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에는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