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은행권의 연이은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관리 악재에도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와 밸류업지수 발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 등이 기다리는 가운데 주주환원 강화 매력이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주주환원 확대 기대 등으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5일 이후 이날까지 ‘KRX300금융’ 지수는 12.64%, ‘KRX은행’ 지수는 11.78% 상승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5.5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돋보인다.
KRX300금융과 KRX은행 지수는 최근 3주로 봐도 각각 5.95%, 5.69% 오르면서 나란히 전체 지수 상승률 5위 안에 들었다.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NH농협은행의 100억 원대 횡령 사고 등이 터지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비판이 이어지며 은행권 전반의 내부통제 관련 긴장감이 높아진 뒤에도 상승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금융 주가는 최근 3주 동안 7.27% 오르면서 오히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투자자 비중도 0.2%포인트가량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기관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이 수사기관에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을 넘긴 11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지속했다.
KB금융(6.10%), 신한지주(5.74%), 하나금융(4.47%)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며 빠르게 5일 ‘블랙 먼데이’ 이전 주가를 되찾고 있다.
이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도 4대 금융지주와 은행 관련 ETF들이 지난주 수익률 2~5위를 싹쓸이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내부통제 관리 부실에 강경한 태도로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안정적 실적과 주주환원 기대감에 전반적 투자심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4대 금융은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수혜 기대감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9월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발표하고 연계 ETF 상품 출시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주주환원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코리아 밸류업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앞서 7월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공시를 내놓은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은 4분기 밸류업 계획 공시를 발표한다.
증권가에서도 금융주의 가장 큰 투자매력으로 주주환원을 꼽고 있는 만큼 하반기 본격화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들은 4대 금융 주가 기대감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내수 관점에서 돋보이는 종목은 금융 정도”라며 “금융주는 블랙먼데이 뒤 회복력이 높았고 주주가치 제고 프로그램 이해도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높아 9월 밸류업지수 발표 관련 주식시장의 관심을 이끌 것이다”고 바라봤다.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6월24일 서울사옥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상장기업 사내·사외이사 대상 기업 밸류업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업종은 주주환원 강화 기대감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배율(PBR) 격차를 점차 좁혀갈 것”이라며 “은행업종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압박을 높이면서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각 은행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정을 언급하면서 가계대출 총량규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들이 당국의 대출규제 엄포에 이미 자체적으로 대출한도 축소, 다양한 조건부 대출 신규취급 중단 등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더 강력한 규제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해마다 금융사별로 대출 성장률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은행들은 문재인정부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실제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등 영향을 받았다.
4대 금융은 내부통제 관리를 비롯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계속 안고 있다. 우리금융은 27일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KB금융은 현재 금감원 종합검사를 받고 있다.
김경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7일 은행금융지주 보고서에서 “금융지주들은 2024년 은행의 건전성 저하가 지속되는 가운데 순이자마진이 하락하고 수익성 저하가 전망된다”며 “리스크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