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이 의료공백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 1조 원 첫 달성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대표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데다 올해 초부터 HK이노엔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하반기에도 실적 효자 역할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카나브와 케이캡 성장에 힘입어 의료파업 장기화에도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가결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의료공백 장기화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전공의 파업 공백을 메우던 간호사들도 현장을 떠날 위기에 처하면서 의료공백이 한층 심화할 수 밖에 없어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91%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파업을 위해서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쟁의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정에 실패하게 되면 총파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는 이어간다고 했지만 이미 올해 2월부터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에 따라 인력 공백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로서는 의료공백이 심화할수록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새로운 유형이 나와도 독점권이 없는 반면 전문의약품의 경우 급여적용을 받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실제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은 2023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김 사장으로서는 이런 부담에서 한숨 돌린 셈이다.
보령은 올해 3월 실적 전망공시를 통해 연매출 1조 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1년 전보다 16.4% 증가한 매출 4892억 원을 거두면서 기존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보령도 의료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전문의약품 매출도 한풀 꺾였지만 기존 주력제품인 카나브와 케이캡이 이들 매출 부진뿐 아니라 외형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다.
▲ 보령 건물 전경.
물론 두 제품의 경우 전문의약품이지만 수술과 함께 처방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걸리게 되면 꾸준히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료 공백의 영향을 덜 받는다.
보령은 지난해 12월 HK이노엔과 국내 공동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부터 HK이노엔과 함께 케이캡을 판매하고 있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개발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국내 P-CAB 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케이캡은 2019년 3월 국내에서 출시한 이후 3년차인 2021년 원외처방액을 기준으로 1천억 원을 넘어서면서 국산 신약으로는 가장 빠르게 국내 블록버스터(매출 1천억 원) 약물로 등극한 바 있다.
올해도 국내에서 P-CAB 계열 치료제 점유율 확대에 따라 케이캡 처방 규모는 성장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케이캡이 올해도 약효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존 치료제 시장을 대체해 지난해와 비교해 처방규모가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증권가에서는 케이캡이 올해 원외처방액 규모가 172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과 비교해 44.5% 늘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기존 주력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제품군도 보령의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카나브 제품군의 매출이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7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약 1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보령에서는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넘으면서 국내 대형 제약사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금융정보 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보령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1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이 21.10% 늘어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최근 보령과 관련해 기업 리포트를 낸 DB증권에서도 의료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보령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면서도 올해 연간 매출은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연매출 1조 원을 내는 회사는 손에 꼽힐 정도로 연매출 1조 원이 국내에서는 대형 제약사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넘은 제약사로는 유한양행과 종근당, GC녹십자,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6곳에 그친다.
보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존 카나브 제품군과 함께 “올해 하반기에도 힘든 경영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선도제약사 도약을 위해 자가제품 육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제약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