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에 대선 후보로 지명받고 연설을 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후보.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에 공식적으로 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기후 및 환경 정책과 관련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후 보호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다가 값싼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서민층과 경합주 주민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더구나 해리스 후보는 환경단체와 기후 유권자 등으로부터 이미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전략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해리스 부통령은 주요 의제인 기후 및 환경 정책과 관련해 별도의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19일부터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 동안 기후 및 환경 정책 문제는 주요 화두로 거론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기후 및 환경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대선 환경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민주당 진영 내부 판단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공화당으로부터 공격 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달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는 미국 에너지 시장을 향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친환경 사기 행각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대폭 늘린 덕분에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후보가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화석연료 감축 정책을 내놓는다면 저렴한 연료값과 전기료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이나 정유산업 의존도가 큰 펜실베이니아주 같은 경합주에서 지지율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반대로 화석연료 산업을 옹호하는 입장을 섣불리 내놓을 수도 없다. 환경단체,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저연령층 유권자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미국 연구단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 매니징디렉터 케빈 북은 “(민주당이) 일부러 기후와 화석연료 둘 다 언급을 피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한쪽 편을 들어 중립적 입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괜히 다른 편을 자극해 유권자를 잃는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 디렉터는 해리스 후보가 23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2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현장에서 해리스 후보 수락 연설을 한 직후 관객들이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민주당의 행보와 달리 기후진영 인사들은 해리스가 서둘러 기후 관련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울 레빌 그린뉴딜 네트워크 행정 및 정책 디렉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지금 기후정책을 발표해 유권자 지지를 얻을 기회가 왔다”며 “그(해리스)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에드 마키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지나 맥카시 전 환경보호청장 등 미국 기후진영 내 주요 인사들도 해리스 후보에 기후정책 발표를 요구했다.
다만 해리스 후보의 유보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기후진영에서는 여전히 지지세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비 오한론 선라이즈 무브먼트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많은 유권자들이 기후 문제에 있어 트럼프보다는 해리스를 신뢰한다”며 “다만 이런 장점을 확고히 하려면 그가 이를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캠프 판단과 달리 기후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도 지지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이 예일 대학과 협업해 미국 성인 10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가운데 62%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고자 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내놨다.
조지메이슨 대학이 진행한 설문조사 대상들의 정치적 성향 비중은 민주당 47%, 공화당 37%, 그 외 16%로 구성됐다.
에드워드 마이바흐 조지메이슨 대학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센터 디렉터는 “기후문제를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일부 유권자는 해리스에게서 돌아서겠지마 애초 이들은 처음부터 지지층이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며 “민주당 내 많은 정책 전략가나 실무진이 쓸데없이 기후 문제 언급에 소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