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더불어 외국인투자자 유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상반기 밸류업 수혜로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최근 약발이 다소 약해지는 분위기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주가 고공행진에도 외국인투자자 유치에는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밸류업 공시를 계기로 반전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하반기 외국인투자자 유치 등 밸류업 리딩그룹 타이틀을 두고 한층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2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KB금융 주식 596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KB금융 주식 2822억 원을 순매도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 셈이다.
KB금융은 1일 기준 외국인투자자의 지분 보유율도 76.31%로 지난해 말(72%)보다 4%포인트가 넘게 높아졌다.
KB금융은 올해 초부터 4월까지 계속 외국인투자자 순매수가 이어졌다. 2월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계획을 밝힌 뒤 3월에는 전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순위 6위에 올라 2월과 비교해 순위가 6계단 올라가기도 했다.
다만 KB금융은 최근에는 외국인투자자 매수세가 수그러들고 순매도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2일까지 주가가 63.2% 뛰는 등 급격하게 상승한 만큼 차익실현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이 최근 적극적 밸류업 홍보활동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해 KB금융(9위)을 바짝 뒤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투자자들의 눈길을 잡을 더 강력한 승부수가 필요해진 셈이다.
신한금융은 상반기에도 외국인투자자 유치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2024년 들어 주가가 48.9% 급등하면서 KB금융 못지않게 밸류업 수혜를 톡톡히 봤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올해도 4월 한 달을 빼고는 신한금융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신한금융 주식 78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과 하나금융까지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세가 이어졌는데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외국인투자자 지분 보유율도 60% 수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을 비롯한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은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기업들로 외국인투자자 동향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해외자금 유입은 중요한 부분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함께 해외투자자 유치 활동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 회장과 진 회장은 앞서 5월 미국 뉴욕으로 직접 날아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밸류업 홍보활동에 앞장섰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회장이 함께 이 원장의 해외 IR에 참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등이 2024년 5월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IR에서 한국 자본시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
진 회장은 6월 27~28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본시장 전문가와 연구원들을 초청해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기도 했다. 진 회장은 당시 만찬행사에서 “신한금융은 사명감을 지니고 대한민국의 기업 밸류업을 선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주주환원 강화 정책 공시 등을 두고도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KB금융은 앞서 5월 말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안내공문을 발송하자 곧바로 올해 4분기 안에 중장기 자본관리, 자산성장계획과 주주환원 정책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담은 계획안을 발표하겠다는 예고 공시를 올렸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셈이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예고 공시를 올리면서 “KB금융이 밸류업 프로그램 시작을 알린 만큼 밸류업 모범생으로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기업가치 제고계획 발표는 신한금융이 빨랐다. 신한금융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때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주식수 5천만 주 감축 등이 담긴 ‘10·50·50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초 밸류업 열풍이 한창일 때 시가총액이 한 때 8조 원대까지 벌어졌다.
2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시가총액은 33조5712억 원, 신한금융의 시가총액은 29조864억 원으로 격차가 4조 원대로 좁혀졌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