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력망 노후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정전 사태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발전설비 참고용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전력망 노후화로 잦은 정전이나 전력 부족 사태를 겪으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라 빈번해진 이상기후 현상도 정전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 발전에도 잠재적 리스크로 자리잡았다.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력망 인프라가 역사상 가장 중요해진 시기에 과부하 및 정전 문제로 현실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미국 전력망 대부분이 1960~1970년대 사이 구축된 만큼 상당히 노후화돼 급증하는 전력 사용량에 대응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송전 수요 증가와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전동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및 인공지능 산업은 미국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따라서 전력 공급 차질에 따른 리스크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전력망 노후화에 따른 정전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일이 이러한 문제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다. 발전용 전압을 가정 및 산업용으로 낮추는 대형 변압기는 평균적으로 40년이 넘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었고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관련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 해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부는 미국 기업들이 정전으로 입는 금전적 손실이 연간 1500억 달러(약 207조8천억 원)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미국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전이나 전력 공급 불안이 가정에 화재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연간 수만 건에 이르고 있다.
전력망 노후화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안전마저 위협하는 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블룸버그는 조사기관 클라이밋센트럴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도 미국에 정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2000년 이후 5만 명 이상의 인구에 영향을 미친 대규모 정전 사례 가운데 약 80%가 날씨의 영향으로 발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단기간에 전력 수요를 크게 늘려 정전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평균 기온이 높을 때 정전이 발생하는 건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미국 전력망 차질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각 지역별로 전력 인프라 운영을 담당하는 주체가 다르고 관련 규제도 차이가 있어 이러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송전선 또는 발전소 등 인프라를 새로 설치하려는 업체가 주 당국과 지방정부, 영향을 받는 토지 소유자 등에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예시로 제시됐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 송전을 하려면 더 많은 허가를 취득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길게는 수 년에 걸릴 수도 있어 시간적인 제약도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현재 대기 상태에 놓인 전력망 관련 프로젝트는 1만2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과 비교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쉽자 않을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육성 정책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외에 변압기를 포함한 주요 전력망 관련 장비의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는 점, 고금리로 사업 자금을 대출하는 데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송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며 미국이 입게 될 경제적 손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야만 했던 시기를 이미 지나쳤다”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에 더 힘이 실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