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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연설문을 사전 입수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텔레비전에 중계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모습.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과 관련해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후 3시43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긴급하게 발표하고 “저로서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과 홍보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최씨와 친하지 않다며 비선실세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친분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이날 오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등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반나절 만에 신속하게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국정농단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JTBC는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보고 수정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박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3시45분 사과문 낭독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질의응답없이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해 “대통령의 상황인식 수준이 황당하다”며 “사과 내용을 믿을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전혀 상황 인식이 없다”며 “대통령의 개인심경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너진 헌정질서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것인지 엄중한 상황인식을 듣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지금 어느 누구도 이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면 최순실의 한마디에 전쟁도 벌어질 수 있는 나라꼴이 됐다”고 질타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어떻게 할 것인지 대답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가장 먼저 할 일은 최순실씨가 지금도 인멸하고 있는 증거와 최씨 신병을 확보해서 이 사태를 하루빨리 수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박 대통령 사과를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국민을 무시한 사과”라며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을 포함해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내각은 총사퇴하고 안보와 민생을 위한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통령의 사과는 당혹해 하는 국민을 더 당황스럽게 하는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변명”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