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 경영권을 놓고 어머니와 아들의 싸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아들들에게 빼앗겼던 경영권을 다시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새 인물을 넣는 작업부터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을 잡아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만큼 국민연금의 지원까지 얻어낸다면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려면 아들들인 임종윤·임종훈 편에 서 있는 등기이사를 해임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송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서 조만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 가능성이 나온다.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경영권을 되찾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새 인물을 넣는 작업부터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아들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측 인물이 5명, 송영숙 회장을 포함한 송 회장 측 인물이 4명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는 최대 10명으로 구성할 수 있다. 송 회장이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등기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하게 되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 안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양측이 동일한 상황이 된다면 모든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은 이사회 결의를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 찬성으로 명시하고 있다.
새 등기이사를 선임하려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임시 주주총회의 소집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는데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는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작업부터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상법상 상장법인인 경우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나 6개월 이상 지분 1.5%를 보유한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직접 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볼 때 송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면 새 등기이사를 선임하는 작업을 안건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 회장은 현재 확보한 지분만으로도 등기이사를 자력으로 선임할 수 있다.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보통결의 안건으로 처리된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송 회장은 신동국 회장과 함께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3일 기준으로 송 회장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8.19%다.
▲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이 4월4일 이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한미타워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사실상 과반에 가까운 만큼 한미사이언스 주주 전원이 참석하지 않는 이상 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6.0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만 송 회장 측에 선다고 가정해도 안건은 충분히 통과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연금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송 회장 측에 선 바 있다.
물론 송 회장이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추가로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으로 분류되는 등기이사를 해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기이사 해임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안건이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및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든 주주가 참석했다고 가정하면 이사 해임 안건에 66.7%가 찬성해야 하는데 송 회장 측 지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충분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사회에서 송 회장과 그의 아들들 양측 모두 누구 하나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서로 대립하는 모습만 지속될 수 있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새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을 부결함으로써 형제들의 경영을 압박할 수 있다”며 “사실상 기존 등기이사 해임은 쉽지 않은 만큼 새 등기이사 선임 이후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