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 시장 생애주기펀드(TDF) 수익률 지표에서 KCGI자산운용이 존재감을 키우며 업계 주목을 끌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퇴직연금 사업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 올해 상반기 KCGI의 TDF 상품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
퇴직연금 재무데이터 전문 기업 아이랩(ilab)이 3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TDF 시장에서 만기별 수익률이 모두 중위권에 머물렀던 KCGI가 올해 상반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운용되고 있는 TDF 상품의 만기는 2025년, 2030년, 2035년, 2040년, 2045년, 2050년, 2055년, 2060년이 있다.
KCGI는 2030년, 2035년, 2040년, 2045년, 2050년 만기에서 TDF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KCGI TDF 상품의 만기별 수익률은 2030년 13.54%, 2035년 14.28%, 2040년 15.07%, 2045년 16.17%, 2050년 16.64%를 기록했다. 각 만기별 TDF 상품의 수익률 순위에서 모두 중위권에 위치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해들어 상반기까지 수익률을 기준으로 2030년, 2035년, 2045년 만기 TDF 상품에서 모두 KCGI의 상품이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040년 만기에서도 수익률 2위, 2050년 수익률에서도 5위를 꿰차면서 KCGI의 TDF 상품들이 모두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KCGI는 TDF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해 ‘다윗’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골리앗’들을 수익률로 압도한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8월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을 흡수한 뒤 사모펀드에서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했다. 이후 펀드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결과가 이번 상반기 성과에 즉각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CGI의 상품은 퇴직연금 TDF 외에도 TDF가 모(母)펀드로 삼고 있는 본펀드들도 모두 각자 분야에서 수익률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기타 자산운용사들이 TDF 운용에 있어 해외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은 반면 KCGI는 스스로 운용했음에도 수익률 상위권에 오르면서 새 체제 하에서 자신감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KCGI 관계자는 “미국주식 비중을 높이는 등 펀드 운용에 있어 산업의 큰 흐름을 읽고 미리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며 “목대균 운용총괄대표는 미래에셋그룹 출신이어서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읽는 데 탁월하다”고 말했다.
목 대표는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 출신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글로벌 업무를 담당한 뒤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8월 KCGI에 합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몸담던 시절 글로벌펀드 투자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G2 이노베이터' 등 펀드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산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정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TDF 시장 점유율 기준 업계 2위 삼성자산운용은 체면을 더 구기게 됐다.
그렇잖아도 중위권에 그치던 삼성자산운용 TDF 상품 수익률 순위가 올해 상반기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동일 만기 내에서도 여러 TDF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한 해 기준 각 만기에서 삼성자산운용 상품이 차지한 가장 높은 수익률 순위는 2025년 8위, 2030년 9위, 2035년 8위, 2040년 11위, 2045년 11위, 2050년 2위, 2055년 6위로 2050년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위권에 포진해 있다.
▲ 키움증권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로 자산운용업계의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그러나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기준 각 만기별 삼성자산운용 TDF 상품의 최고 순위는 2025년 13위, 2023년 16위, 2035년 13위, 2040년 21위, 2045년 14위, 2055년 9위 등 하위권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2050년 만기 TDF의 수익률은 3위로 지난해에 이어 상위권을 유지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리테일(개인금융) 최강자인 키움증권이 내년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는 등 미래 먹거리로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자산운용사가 TDF, 상장지수펀드(ETF) 등 개별상품을 개발하면 이를 증권, 은행, 보험사 등이 선별취합해 고객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의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