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당기기 위해 시설 투자 금액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TSMC가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제18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내년 상용화를 앞둔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설 투자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본격적 양산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최신 기술인 3나노 공정을 TSMC보다 먼저 도입하며 앞서나갔지만 수주 경쟁에서 사실상 밀린 만큼 2나노 기술로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3일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증권사 UBS는 보고서를 내고 TSMC가 내년 설비 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370억 달러(약 51조3천억 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총 투자액은 32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약 15.6% 증가하는 것이다.
WCCF테크는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기존 일정보다 이른 시일에 도입하려는 공격적인 전략을 앞세우는 데 따라 시설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UBS는 TSMC가 2나노 반도체 생산 장비를 예정보다 일찍 설치하면서 관련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하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TSMC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2나노 파운드리에 고객사들의 잠재 수요가 3나노 공정과 비교해 높은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3나노 미세공정은 도입 초반부터 애플과 엔비디아, 인텔과 미디어텍 등 다수의 대형 고객사에 주목을 받았는데 2나노 기술은 더욱 활발하게 채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TSMC는 3나노 파운드리 도입 초기부터 수요 대비 생산능력 부족으로 수주에 한계를 맞았다. 결국 초반 생산 물량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사실상 독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나노 공정 도입 초반부터 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WCCF테크는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설비를 대만 전역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으로 확대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UBS는 “TSMC 2나노 관련 수요와 매출 전망을 고려한다면 이른 시일에 더 공격적인 시설 투자가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TSMC가 이처럼 2나노 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를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에 2나노 미세공정, 인텔은 18A(1.8나노급) 공정을 각각 도입하며 TSMC와 수주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부진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18A 공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3나노 파생 공정으로 분류하던 ‘SF3P’ 공정을 2나노에 해당하는 SF2 공정으로 재정의하며 양산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삼성전자 3나노 GAA 파운드리 미세공정 홍보용 이미지. |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약 6개월 앞서 양산을 시작하며 속도전에서 승기를 잡았는데 2나노 기술에서 재대결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다만 TSMC가 3나노 미세공정으로 대형 고객사 수주 실적에서 삼성전자에 확실한 우위를 확보한 만큼 2나노 공정 역시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실제 수요가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TSMC의 시설 투자 확대는 고객사 주문 확보에 관련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어 2나노 파운드리 경쟁에서도 확실한 선두를 지켜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UBS는 TSMC가 올해 하반기에도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 등 고객사 수주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수주 실적은 2나노 투자 여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이미 TSMC와 2나노 파운드리 초기 물량 확보를 위한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잠재 수요가 보장되어 있는 셈이다.
UBS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앞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TSMC의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수주 기회가 밝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망대로라면 삼성전자와 인텔도 충분히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TSMC가 시설 투자를 늘리더라도 모든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고 삼성전자와 인텔이 일부 기술이나 가격 측면에서 갖춘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2나노 미세공정 도입 초반에는 TSMC가 이미 선점한 대형 고객사 수요에 힘입어 경쟁사를 앞서나갈 공산이 크다.
TSMC는 대만에 현재 최소 8곳의 2나노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