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 출신 공공기관장들이 경영평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공기업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에서 정치인 출신 사장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재무 실적은 공기업 사장들의 성적을 가른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19일 기획재정부는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기재부가 매년 국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재무성과, 사회적 책임 등 경영 상태 전반을 검토해 S(탁월)부터 E(아주미흡)까지 6개 등급을 부여하는 평가다. 평가 결과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공기업 32곳, 준정부기관 55곳 등 모두 87곳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에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의도와 정책 방향이 온전히 담긴 첫 평가 결과로 볼 수 있다.
평가기준 마련 등 평가 자체를 위한 기재부의 작업이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짐은 물론 평가 대상인 공기업 사장들 역시 상당수가 이번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로 교체된 뒤 처음 나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공공기관 혁신을 내세우는 한편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는 비교적 정치인을 자주 임명해 왔다.
2023년도 평가결과를 보면 S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없다. 공기업 가운데서는 6곳이 A등급을 받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A등급을 받은 공기업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눈에 띈다. 이들 공기업은 모두 지난해 발표된 2022년도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으나 올해는 두 등급이 상승한 A등급을 받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6월부터
이학재 사장이,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22년 11월부터
정용기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학재 사장과
정용기 사장은 각각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지난해 9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김동철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역시 두 등급 상승을 이뤄냈다. 한전은 2022년도 평가에서 D등급으로 낙제점을 받았으나 올해는 B등급을 받았다.
▲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정치인 출신 사장이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A등급에서 올해 B등급으로 한 등급 하락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역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한국수자원공사도 한국도로공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A등급을 받았으나 올해는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의원을 지낸 적은 없으나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도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가 이번 평가에서는 D등급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022년 11월 취임했다. 최 사장 역시 새누리당 의원 출신 정치인이다.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는 재무성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등급이 상승한 공기업을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으로 한동안 영업손실을 이어오다 2023년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5325억 원을 내며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2022년에 4039억 원 영업손실을 봤다가 2023년에 3147억 원 영업이익을 봤다.
한국전력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 순손실 4조7161억 원을 냈지만 2022년 24조4291억 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순이익 흑자를 내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인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2023년 순손실 7474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미수금 규모는 2021년 말 2조9298억 원에서 지난해 말까지 15조7659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재정 위기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경영에서 재무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속된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 열린 2022년 6월 국무회의에서 “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기업을 향해 재정 성과를 압박한 바 있다.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발언을 내놓았고 이후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기준부터 재무 지표의 비중을 높이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