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와 재산분할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SK 주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소송으로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액 약 1조38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하려면, 우선 SK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등 비상장사 지분 매각만으론 재산분할액을 다 채우긴 부족해 SK 주식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가 주주환원 정책을 변경해 배당금 지급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와 재산분할로 1조3828억 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SK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현재 SK 지분 17.73%, SK디스커버리 0.11%,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 SK케미칼 우선주 3.21%, SK텔레콤 주식 303주, SK스퀘어 주식 196주와 함께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SK 지분은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직결된다. 나머지 최 회장이 가지고 있는 상장사 지분 가치는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만큼 최 회장이 이를 매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SK실트론 지분은 그룹 지배력과 관계가 없으며, 매각을 통해 최대 7천억 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2심 재판부는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대략 75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
최태원 회장이 SK 지분을 지키기 위해 SK실트론 등 비상장사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실트론 지분 매각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73%를 담보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은 대출일 전날 주식의 종가 기준으로 40~70% 수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최 회장의 SK 지분 가치가 현재 약 2조1700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주식담보대출로 최대 1조5천억 원을 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미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57.8%는 주식담보대출에 묶여있는 만큼, 6천억 원 이상을 추가 담보대출로 받으려면 SK 주가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측은 "1조3천억 원이 넘는 재산분할액과 위자료 지급을 위해 SK실트론 지분 29.4% 일부 혹은 전량 매각, SK 주식담보대출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추가 주식담보대출을 하려면 SK 주가 부양이 해답"이라고 분석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SK는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SK는 25.52%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을 자사주로 매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만약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 이사회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SK 주식이 지속 대규모 할인 거래되는 근본적 이유는 총발행 주식 수의 25%에 달하는 자기주식 때문”이라며 “차기 이사회에서 일반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 입장으로 자본 배치를 원점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배당을 확대하거나 특별배당을 지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1년 삼성그룹 오너가들은 2021년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일부 마련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을 최 회장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감에 SK 주가는 지난 5월30일~6월3일, 3일 연속 상승했다. 의결권 없이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SK 우선주 주가는 5월31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 지분으로 추가 주식담보대출를 받는다면 이자만 1년에 수백억 원을 내야 하는데, 이자 비용을 늘어난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