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공무원과 대기업 등에게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농협은행에서 1% 미만의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1만77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체은행에서 1% 미만의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2만1338명)의 8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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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금리 1% 미만 대출자 수를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 3348명, 제주은행 138명, 전북은행 35명, 대구은행 25명 등 순이다. SC제일은행과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은 금리 1% 미만 대출자가 한 명도 없었다.
민 의원은 “김재수 농림부 장관의 ‘황제대출’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1% 미만 대출은 상당한 금리혜택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1% 미만 대출을 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한 취급을 받았는지 감독당국이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농협은행이 공무원에게 금리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100명 가운데 90명은 공무원, 4명은 공기업 인사였다. 이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1.04~1.94%로 나타났다.
상위 100위 저금리 신용대출자들의 취급점을 살펴보면 정부과천청사지점이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낮은 취급점 5곳 모두가 정부 및 공공기관 관련 취급점으로 나타났다.
위 의원은 “금리 결정기준의 핵심은 소득과 연체기록 등의 신용도”라며 “이런 기준을 놓고 볼 때 저리 신용대출자의 90%가 공무원이라는 건 어떤 이유로도 형평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은행이 대기업에게 거액을 무담보로 대출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농협은행의 1천억 원 이상 대출 현황’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1천억 원 이상 대출해준 기업 27곳 가운데 23곳은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천억 원 이상 대출을 받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 5500억 원(3건), 현대그룹 4천억 원(3건), LG그룹 3400억 원(2건), 롯데그룹 2천억 원(2건), 농협금융지주 7500억 원(5건), SK그룹 1500억 원(1건), 한진그룹 2600억 원(2건), 대우건설 1천억 원(1건), 금융권 7800억 원(3건), 건설업 5760억 원(4건), 기타 기업 1395억 원(1건) 등이다.
게다가 무담보로 대출받은 기업 가운데 담보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은 기업도 있었다.
대한항공은 담보를 제공하고 연 2.7% 금리로 1600억 원을 빌렸다. 반면 한국증권금융 등 10개 기업은 이보다 더 낮은 1.29%~2.54%의 금리로 2조1900억 원을 무담보로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수조 원을 담보 없이 대출해주고 담보대출 보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 농협의 대출심사 방식이 납득이 안 간다”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수조 원의 부실 경험이 있는 농협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