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5-14 14: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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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갑작스럽게 단행된 검찰 인사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검찰 인사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지휘부가 모두 바뀌었다는 점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검찰 인사를 두고 '김건희 방탄' 목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자 했던 서울중앙지검의 기존 기류가 바뀐다면 이미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 방침을 내놓은 야권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되면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보임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관해 “검찰의 대규모 인사는 영부인 수사를 원천봉쇄하려는 대통령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급작스런 검찰 인사와 관련해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입법이 임박하자 검찰로서도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고 검찰 기류가 수사 불가피론으로 급격히 타오르는 걸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바라봤다.
애초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도 거론될 정도로 검찰 가운데 친윤(친 윤석열)으로 평가되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이창수 지검장으로 교체한 배경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팀을 보강하고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인사 직후 논평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때 대통령의 심복을 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김 여사를 성역으로 만들라는 시그널로 읽을 수밖에 없다"며 "그게 아니라면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송경호 서울지검장을 친윤 검사로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 지검장 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에서 김 여사 사건 수사 담당 지휘부가 모두 보직이 옮겨졌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상진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담당하던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이동했다.
▲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보직 이동한 송경호 부산고검장(왼쪽)과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를 단행한 시기가 이례적이라는 점도 김건희 여사 수사를 방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2023년 9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대규모 검사장급 인사를 발령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13일 MBC 뉴스하이킥에서 “검찰이든, 특검이든 김건희 여사를 건들지 말라는 윤 대통령의 사인 같다”고 바라봤다.
신임 이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낼 때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아 지근 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검찰 내부에서는 대표적 ‘찐윤(진짜 친윤석열)’ 인사로 꼽힌다.
이 중앙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에 재직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전주지검장으로서 직전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인 서모 씨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이 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소환조사, 대통령실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특검밖에 답이 없다’는 야권의 주장에 정당성이 강화될 수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1일과 12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정치공세가 아니므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7.9%로 ‘거부해야 한다’(32.8%)를 크게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창수 신임 중앙지검장이 수사를 통해 김 여사에 관해 ‘무혐의 처분’ 등을 내놨을 때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예를 들어 같은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갈등하다가 말도 잘 안 듣는 것 같은 사람이 내는 결과와 그 사람을 빼고 찐 측근이었다는 사람을 통해서 나오는 것하고 사람들이 뭘 받아들이겠나”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롭게 바뀐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특검 도입' 여론이 들끓고 결국 '김건희 특검법' 등이 국회를 통과해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그렇게도 2016년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건만 ‘T-익스프레스’를 탄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2016년 전철’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탄핵 정국(T-익스프레스)이 들어섰던 것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