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1분기에도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누적 부채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재정 위기를 불러온 역마진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여전히 누적 부채를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먼 데다 흑자기조가 정착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한전의 2024년 1분기 잠정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23조2927억 원, 영업이익 1조2993억 원을 낸 것으로 공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7.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조1775억 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한전의 1분기 실적은 증권가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은 한전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각각 23조 원, 3조 원 안팎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10년 동안 연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한전이 최고 성적을 냈던 것이 2016년 12조15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1분기에는 한전 실적이 완전히 본궤도로 회복했을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주요 영업비용인 전력구입비가 9조2029억 원으로 증권가의 예상치인 7조 원을 웃돌면서 영업이익 규모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전으로서는 최근 영업이익 흐름이 아쉬울 수 있다.
한전은 분기 실적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에 10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 규모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한전의 분기별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 원, 지난해 4분기 1조8842억 원 등이다.
영업이익이 좀처럼 빠르게 확대되지 않는 만큼 한전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한전이 2023년 2분기까지 직전 2년여 동안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면서 현재 누적된 부채가 200조 원, 연간 이자 부담이 4조 원을 웃돈다.
현재 영업이익 수준으로는 이자를 내기도 빠듯한 형편인 셈이다.
한전은 현재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할 만큼 재정난 극복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8일까지 진행한 희망퇴직 신청에서는 150명 모집에 두 배가 넘는 369명이 지원했을 만큼 조직 내 위기감도 높아져 있다.
불안한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도 한전의 실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전은 올해 전력구입비 흐름을 놓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중동 분쟁의 확산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고환율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결국 한전으로서는 재무 개선에 가장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하다.
하지만 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린 정부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3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보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 물가상승률은 2.9%로 집계됐다.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물가상승률이 석 달 만에 겨우 2%대로 낮아진 만큼 한동안 최대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한동안 동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이 유력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정책, 총선 직후 국회 구성 등의 행정적 절차 등을 감안할 때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3분기가 전력 성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 시기는 올해 4분기가 유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전기요금 등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를 놓고는 고심을 이어가는 상황으로 보인다. 올해 5월부터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고 정부 내에서 검토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 가스요금 역시 결국 동결로 결론이 났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 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하고 시급하다”면서도 “아직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