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증권사 출범 목표 달성을 눈앞에 뒀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금융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했다. 농협금융은 그 뒤 핵심계열사로 성장한 NH투자증권 덕에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높은 은행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하며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우리투자증권의 영광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
임 회장은 취임 때부터 강조해 온 증권사를 품에 안은 만큼 비은행사업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롭게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은 임 회장이 농협금융에서 품었던 옛 우리투자증권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인 만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3일 우리금융이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데는 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부터 증권사 인수를 통한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의지를 끊임없이 내비쳤다.
지난해 취임 뒤 받은 첫 성적표인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는 직접 참여해 비은행 강화를 강조했고 올해 신년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언제나 높은 은행 의존도가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의 95% 가량을 우리은행이 벌어들였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뒤 증권사 인수를 적극 검토했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여러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임 회장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매력적 대형 증권사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임 회장은 결국 소형 증권사인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을 선택했다.
▲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임 회장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매력적 대형 증권사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임 회장은 결국 소형 증권사인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을 선택했다. |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이 직접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자금부담과 자본비율 영향을 최소화하며 증권업 진출을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임 회장이 서둘러 증권업에 진출한 만큼 과거 농협금융처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효과를 빠르게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증권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천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53위에 그친다. 임 회장이 농협금융 회장 시절 인수한 우리투자증권은 당시 자산규모 1위 증권사였다.
다만 우리금융은 오히려 자본비율 하락을 고려하면 소형 증권사 합병이 지니는 이점도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정수 부사장은 “포스증권은 최근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동산 관련 위험에 전혀 노출돼 있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이라며 “이번 진출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보통주 자본비율을 거의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마지막 종금사' 우리종금의 종금업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증권사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종금증권사는 '종금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업계 선두 메리츠증권도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 합병으로 얻은 종금업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회장은 향후 추가 증권사 인수합병 가능성도 닫지 않았다.
이정수 부사장은 “이번 증권업 진출을 계기로 증권업을 이어가다 전략적 필요성이 있거나 적정한 매물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이던 2014년 6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농협금융은 2013년 12월 우리투자증권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됐고 금융위는 이듬해 6월 승인 결정을 내렸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