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및 보호무역주의 기조 사이에 '딜레마'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BYD 전기차 '아토3'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는 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성과를 보려면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문호를 개방하며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포기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전기차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바꿔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BYD와 니오 등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수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며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BYD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1만3245대로 지난해 4월과 비교해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니오는 135%, 엑스펑은 33% 늘어난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이 뚜렷해진 반면 중국 상위 기업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대체로 테슬라 등 세계 주요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판매하며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서 전기차 평균 가격은 3만 달러 안팎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BYD 보급형 모델 ‘시걸’은 1만 달러 미만의 가격부터 판매된다.
미국 정부는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며 자국 및 글로벌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현지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산 차량에 부과하는 27.5% 수준의 높은 관세를 유지하며 저가의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수요를 대체하는 일을 막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앞세웠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정부의 이런 정책이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률을 빠르게 높여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막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이 잇따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신모델 출시를 늦추는 등 사례도 늘어나며 이러한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 미국 GM의 주요 전기차 라인업 홍보용 이미지. |
MIT 소속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이런 상황을 두고 “(중국의) 저가 전기차는 미국의 탄소 감축에 매우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자동차 산업을 몰락시키는 데도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수요를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GM과 포드 등 경쟁사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수입 장벽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로서 보호무역에 더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말에 대선을 앞둔 만큼 자국 내 여론을 고려해야 해 중국산 전기차가 당분간 미국에 수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무역장벽을 유지한다면 소비자는 물론 미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중장기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는 전기차 선택지가 비교적 고가의 제품만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국 기업들과 비교해 글로벌 경쟁력이 낮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결국 바이든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동시에 기후대응 정책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낮은 가격을 주요 무기로 앞세워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점차 수익성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치열한 가격 경쟁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확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른 시일에 업계가 전반적으로 재편되는 시점이 다가올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