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과 계약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이사는 결정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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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이사. <라온피플>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챗GPT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핸드폰으로 동시 번역이 가능한 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해외 기업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기업, 바로 라온피플이다.

26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라온피플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라온피플은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이다. 말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람이 더 일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통업계에서도 라온피플 기술이 활용되는 사례는 다양하다. 음료수가 병입된 상태에서 이물이 들어갔는지를 검사하기도 하고 두부가 깨진 부분 없이 제대로 포장됐는지도 체크한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88학번이다. 전공으로 전자공학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공부 잘 하는 선배들이 의대 아니면 전자공학과를 많이 선택할 때였거든요. 전자공학과가 어떤 학과인지 정확히 알고 간 것은 아니고 이런 분야를 배우게 될거다 정도만 알고 입학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답변치고는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대학원 진학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대학교 때 어떤 교수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강의를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재미있고. 그 때 드디어 전자공학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가 생각이 들었어요. CPU 설계하는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원에도 진학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벤처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원 담당 교수에게 벤처를 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병역특례자로 5년 동안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일했다. 병역을 이행하는 동안 핸드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를 개발했다. 이 대표가 만든 이미지센서는 당시 반응이 꽤 좋았다고 한다.

1999년 전역 후 바로 벤처기업을 만들려고 했지만 함께 하기로 했던 선배들이 IMF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코아로직이다. 이 대표는 여기서 PC카메라를 개발했다.

LG전자가 휴대폰에 카메라를 붙여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당시만 해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휴대폰에 카메라를 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LG전자에만 60만 개를 팔았다.

“말 그대로 대박 사건이었어요. LG전자에서 반도체칩을 휴대폰 안에 넣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내장형칩을 LG전자와 함께 설계했습니다.”

LG전자와 칩을 만들고 있는데 삼성전자에서 연락이 왔다. 삼성전자는 이 대표에게 반도체칩을 삼성에 납품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그 때가 2000년대 초다.

“당시 삼성폰이 LG폰보다 훨씬 팔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삼성과 계약하면 돈은 더 벌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의리와 상도의라는 것도 있잖아요. LG전자와 계속 일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 때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코아로직 대표까지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으로 퇴사했다. 그 때가 이 대표가 40살이 됐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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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이사는 2010년 라온피플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라온피플>


이 대표는 2010년 라온피플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라온피플은 첫 해에만 적자를 냈고 꾸준히 실적이 성장했다.

이 대표는 라온피플 주식 40%를 들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는 주식이 50% 정도다.

라온피플은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유가 궁금했다.

“라온피플 소액주주들을 보면 제 지인들도 있고 제가 힘들 때 도와준 분들도 있고 합니다. 저는 주주들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라온피플을 팔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끝까지 자리를 지킬거에요.”

라온피플이 개발하고 있는 다음 기술은 뭘까.

“지금까지 발전된 CCTV라고 하면 구역을 정해 선을 그어놓는거에요. 누군가가 이 선 넘으면 경보를 울려달라고 명령하는거죠. 그 선 긋고 명령어 입력하는 것도 굉장히 복잡해요. 아무짓도 하지 않고 선을 넘기만 하면 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귀찮아서 알람을 꺼놓는 경우도 생깁니다.”

라온피플이 개발한 CCTV는 선을 그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 안에 들어온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야 경보를 울릴지를 쉽게 입력해 조정할 수 있다. 침입자가 발생하면 CCTV가 그 사람을 따라가며 찍게 조정할 수도 있다. 모든걸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편하게 입력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개발 중인 제품들을 올해 3월 열린 전시회에서 공개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하반기부터는 매출도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목소리에서 라온피플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