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회수 불능 채권이 늘어나며 대규모 손실을 인식한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올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에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 명목으로 대출 취급규모를 줄이자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 카드사들이 지난해 4조 원에 육박하는 대손상각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ATM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문구. <연합뉴스> |
카드업계 전반의 연체율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면밀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3일 전업카드사 7곳(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지난해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로 처리한 대손상각비 규모는 약 3조9천억 원에 이른다.
2022년 대손상각비가 약 2조9400억 원이었다 점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이 1년 사이 1조 원 수준의 추가 비용 부담을 안은 것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올해 더욱 커진 대손비용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와 함께 중저신용자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사태 여파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은 다른 업권의 대출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이들의 대출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저축은행 여신(대출) 잔액의 추이를 보면 지난해 1월 말 115조6003억 원에서 올해 1월 말 103조2171억 원으로 1년 사이 10.7% 줄었다.
반면 카드론 잔액 규모는 2023년 3월 36조331억 원, 6월 37조6171억 원, 9월 38조4171억 원, 12월 38조7613억 원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말 39조4743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는데 이달 발표되는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 역시 최고치를 갈아치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 고객들의 상환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나온다.
▲ 저축은행이 대출 취급 규모를 줄이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수요가 카드론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
2023년 말 기준 BC카드를 포함한 전업카드사 8곳의 평균연체율은 1.63%로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2월 말 대환대출 잔액은 1조7938억 원으로 지난해 2월보다 48.6%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연체한 차주가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상환자금을 재대출받는 상품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는 결국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카드사들이 지난해보다 커진 대손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는 만큼 대출취급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대출행태조사에 따르면 카드사의 대출태도는 2022년 3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줄곧 (-)를 보였다. 이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대출 잔액 증가만으로 대출 규모를 줄이지는 않는다”며 “다만 연체율에서 부실이 확인되면 대출 규모를 줄이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