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주력사업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전장용 MLCC 수요 증가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확산에 힘입어 임기 마지막 3년차에 실적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황 개선에 힘입어 실적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25일 삼성전기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장 사장은 올해 MLCC 업황 반등에 맞춰 기존 스마트폰용과 IT용 중심에서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용까지 제품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는 부품으로 삼성전기의 매출 40%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장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양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장용 제품 라인업 확대와 차별화 기술을 통해 2024년 전장용 MLCC 매출을 1조 원 안팎까지 늘리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고부가 제품으로 꼽히는 전장용 MLCC를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최근 전기차에 적용되는 고압 MLCC를 5종 개발했으며 이 제품을 세계 자동차 부품 고객사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로 개발된 고압 MLCC는 기존 IT용 MLCC의 사용전압 6.3볼트(V) 대비 100배 이상인 630V와 1천V를 보증하는 고부가 제품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기의 MLCC 매출에서 전장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였지만 올해는 20~25% 이상까지 확대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 사장이 힘을 주고 있는 전장용 MLCC는 물론 기존 스마트폰용과 IT용 MLCC의 수요도 커지고 있어 삼성전기는 올해 실적반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MLCC는 고도화된 생성형 인공지능을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의 확산과 함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강력한 연산능력을 요구하는 만큼 전력 제어에 필요한 MLCC의 용량도 커진다.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적용된 AI 스마트폰과 AI PC는 MLCC 용량이 일반 제품 대비 10%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5억2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1월 갤럭시S24 시리즈를 내놓은 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참전하며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삼성전기>
AI PC도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50%로 급성장세를 보이며 PC 출하량 반등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 AI 기반의 윈도우12가 출시되는 것도 호재다.
이규하 NH증권 연구원은 “MLCC는 출하량 기준으로 2021년 고점을 기록한 뒤 수요 둔화 등으로 한동안 부진했으나 2024년부터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며 “MLCC는 재고 측면에서도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MLCC는 업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2024년 매출 9조7천억 원, 영업이익 8223억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8.6%, 영업이익은 28.6% 증가하는 것이다.
삼성전기가 증권업계 추정대로 올해 실적반등에 성공한다면 부진을 3년 만에 끊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IT 수요 침체로 2021년 고점을 찍은 후 2022년과 2023년 내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축소됐다.
장 사장은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올라 올해 3년째로 임기 마지막 해를 맞고 있다. 그동안 힘준 전장용과 AI용 MLCC 제품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다면 장 사장의 연임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