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3-21 16: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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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4월 총선을 앞둔 한국 증시에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증시에서도 유사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역량)이 아닌 단순 기대감을 바탕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며 관련 테마주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21일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스팩(SPAC, 기업인수합병목적회사)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코프(DWAC)는 22일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TMTG)과 합병을 놓고 주주 표결에 들어간다.
TMTG는 자회사로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두고 있다. 트루스소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성 매체들에 반발하며 설립한 대안 매체로 극도의 친트럼프적 성향을 지닌다.
DWAC와 TMTG의 합병은 지금껏 여러 난관에 봉착했으나 2월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두 기업의 합병이 유효하다는 태도를 보이며 급물살을 탔다.
DWAC 주가는 합병상장 기대감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대선 지지율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가면서 올해 급상승했다.
DWAC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82.49%) 주가 상승률을 크게 뛰어 넘는다.
TMTG가 지난해 상반기 760만 달러(약 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보유현금도 180만 달러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테마주로 평가받는 펀웨어의 주가도 올해 초 4달러 수준에서 현재 10달러 수준까지 뛰었다. < Phunware >
이밖에 트럼프의 2020년 대선 캠페인 당시 관련 앱을 개발했던 펀웨어(Phunware), TMTG와 제휴관계인 비디오플랫폼 럼블(Rumble), 트럼프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피에스큐홀딩스(PSQ Holdings)도 트럼프 테마주로 주가가 최근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선 총선 시기와 맞물려 정치인 테마주 주가가 크게 뛰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현상이 미국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치 테마주를 놓고 신중한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학교 금융학 교수는 “DJT(TMTG와 DWAC의 합병 이후 상장되는 새로운 종목명)의 예상 시총은 아주 과열된 상태다”며 “지난해 9월까지 TMTG가 벌어들인 매출은 겨우 500만 달러이며 지속적으로 현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도 관련 종목에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20대 대통령 선거 정치 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정치 테마주는 선거 기간 동안 정상수익률에 비해 이례적으로 수익률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으며 선거 전후로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지속적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