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OK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JB금융 주식을 3차례에 걸쳐 104만4464주(129억500만 원어치) 사들였다. 이에 따라 OK저축은행의 JB금융 지분율은 10%에서 10.51%로 늘었다.
OK저축은행은 또 다른 지방금융지주인 DGB금융지주 지분도 사들이고 있다.
DGB금융은 18일에는 OK저축은행이 지분율을 8.49%로 국민연금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OK금융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최윤 회장이 이를 넘어서는 포석을 까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 회장은 그동안 대부업 이미지를 벗고 지속적으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OK금융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OK금융의 대부업 철수를 마무리하며 “그룹 모태가 된 대부업 철수를 계기로 OK금융은 임직원 모두가 꿈꾸고 바랐던 새로운 흐름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며 “창립 뒤 24년 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않고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방금융지주 ‘큰손’이 된 OK금융은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OK금융은 JB금융 이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OK금융은 이번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로 이명상 법무법인 지안 대표변호사를 추천했다.
이 변호사는 OK저축은행에서 2014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6년 동안 사외이사로 일했다.
최근 JB금융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JB금융 경영진을 돕고 있는데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ISS가 이 변호사 선임에 찬성 의견을 낸 만큼 OK저축 인사의 JB금융 이사회 입성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OK금융이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DGB금융은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다. OK금융이 앞으로 1금융권 진출을 노린다면 일종의 ‘노하우’ 습득도 가능하다.
OK금융은 당장 올해 DGB금융 주총에 안건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DGB금융도 JB금융과 같이 주주추천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사회 진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
DGB금융이 과점주주 체제를 갖춘 JB금융과 달리 뚜렷한 유력주주가 없다는 점도 OK금융의 영향력을 높일 요인으로 꼽힌다.
JB금융은 삼양사(최대 주주)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OK저축은행 등 과점주주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반면 DGB금융은 국민연금(7.99%)을 제외하면 그 다음 유력 주주(우리사주조합,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3%대에 그친다.
OK금융은 지방금융지주 지분 매입을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해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강화도 꾀할 것으로 보인다.
OK금융은 2016년 JB금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을 인수한 경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최 회장의 의지와 의도로 여겨진다.
물론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이 남아 있는 만큼 OK금융이 단기간에 1금융권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만큼 길이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다.
▲ OK저축은행은 지난해 JB금융 주총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주며 행동주의 펀드에 맞서 '백기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OK금융은 아직까지 JB금융과 DGB금융 경영에 직접 목소리를 낸 적은 없지만 지난해 주총에서 JB금융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했다.
JB금융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사측과 배당확대를 두고 대립했는데 완패했다. 이를 두고 유력 주주인 OK금융과 국민연금이 JB금융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OK금융은 올해도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안건 상으로는 OK저축은행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를 통해 낸 JB금융 주총 안건 분석 보고서에서 OK저축은행이 추천한 이명상 변호사를 독립성 측면에서 부적격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OK금융은 JB금융과 DGB금융 주총 안건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고 경영참여 의도 역시 없다는 입장이다.
OK금융 관계자는 “단순 투자목적인 만큼 JB금융 사안을 두고 낼 의견이 없다”며 “유가증권 투자는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로 나고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대부업체 ‘원캐싱’을 설립한 뒤 ‘러시앤캐시’ 브랜드를 통해 국내 대부업계에서 성공했다.
2014년에는 예나래 및 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OK저축은행을 출범해 제2금융권에 진출했고 2023년 대부업 라이선스를 완전 반납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