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이 한풀 꺾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에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이 현물 ETF 승인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더리움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승인 결정이 미뤄질 경우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이더리움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 발생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20일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연구원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더리움 ETF에 대한 나의 낙관적 태도는 최근 몇 달간 바뀌었다”며 “5월23일 승인이 거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월23일은 이더리움 현물 ETF를 가장 먼저 신청한 자산운용사 반에크에 대한 승인 결정 마감일이다. 이날 이후에도 8월까지 자산운용사 9곳의 신청 결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세이파트 연구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발행사들과 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때와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세이파트 연구원은 ETF 분석가로 대중에 알려져 있다.
가상화폐전문매체 코인게이프 역시 20일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SEC의 침묵은 이전의 비트코인 ETF 승인과 대조적이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의 또 다른 연구원인 에릭 발추나스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확률을 올해 1월만 하더라도 70% 수준으로 점쳤으나 3월 들어서는 그 절반 수준인 35%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발추나스 연구원도 X에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기 전 낙관적 징후나 정보를 이더리움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암울한 승인 전망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가상화폐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와 연관이 있다.
특히 증권거래위원장인 게리 겐슬러는 가상화폐에 비판적 입장을 지닌 인물로 유명하다.
겐슬러 위원장은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증권거래위원회가 승인한 날에도 따로 성명을 내 비트코인이 투기적 자산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다른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현물 ETF 승인을 허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증권거래위원회에 가상화폐 관련 ETF 추가 승인을 거부하도록 서한을 보내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도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잭 리드 상원의원과 라폰자 버틀러 상원의원은 11일 겐슬러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가상화폐 현물 ETF를 승인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사기와 조작으로 가득 찬 시장에 노출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들 상원의원들은 증권거래위원회가 추가로 가상화폐 ETF를 승인해서는 안 되며 기존에 출시된 상품도 추가 규제를 할 것을 요구했다.
가상화폐투자사 배리언트의 제이크 체르빈스키 최고법무담당자(CLO)는 X에 글을 올려 “증권거래위원회는 법원의 강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음에도 엄청난 정치적 반발을 받았다”면서 올해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 가상화폐에 비판적 입장을 지닌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에 대해서는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
이처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승인 기대감만 믿고 이더리움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이더리움 역시 최근 비트코인 강세장 속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시세가 크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5월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실망감에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최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금 이더리움은 ETF 재료만으로 가격이 올랐다고는 볼 수 없다”며 “승인을 받게 되면 이더리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알트코인 강세장이 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승인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다”고 말했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도 비즈니스포스트와 서면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ETF 승인을 둘러싼 정황이 조금 달라서 가격 움직임은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