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도 미국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팻 겔싱어 CEO.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지급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투자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에서 이른 시일에 인텔이 목표하고 있는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를 축소하거나 철회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20일 IT전문지 테크스팟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에 강력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겔싱어는 테크스팟과 인터뷰를 통해 인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패키징 때문”이라며 인텔은 고사양 패키징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엔비디아 GPU는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독점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는 이러한 패키징 공급 능력에 한계를 맞고 있어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패키징 기술 및 공급 능력에 모두 충분한 역량을 갖춰 고객사 수주에 장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겔싱어가 강조한 셈이다.
다만 겔싱어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 정부는 지난 30년에 걸쳐 자국 반도체기업을 지원해 왔다”며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반도체 공급의 약 80%를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겔싱어는 이러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이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원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목적을 두고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시행했지만 인텔이 아직 시설 투자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겔싱어는 “2022년 8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 서명식에 참석할 때만 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텔이 미국에 수십 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여러 건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정부에서 지원금 지급 계획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겔싱어는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투자 목표를 수립한 것이라며 언젠가는 이사회에서 더 이상 이러한 투자 계획을 추진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는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진다면 인텔이 지금 내놓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테크스팟은 “겔싱어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에 타이밍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이는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히지만 겔싱어는 확실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