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도 주주환원·고배당 열풍이 거세다.

정부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초점을 맞춘 증시부양 정책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은행과 자동차 관련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TF도 ‘저PBR’ 테마 열풍 뚜렷, 쌍두마차 은행주 자동차주에 자금 몰린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월24일 오전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1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통계를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ETF 상품 ‘KODEX보험’과 ’KODEX은행’, ‘KODEX자동차’는 모두 최근 3주 남짓 사이에 거래량이 폭등했다.

KODEX보험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 발표 다음날인 1월25일부터 이날까지 거래량이 308만7932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들어 24일까지 거래량(78만2275주)과 비교해 294.7% 늘었다.

KODEX은행과 KODEX자동차도 각각 1월24일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245.6%, 269.2% 뛰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같은 기간 거래량이 432.4%,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고배당주’ 거래량은 무려 623.9% 급증했다. 

이들 종목의 수익률도 정책 발표 뒤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체 ETF시장 상위권을 독식하는 모습이다.

KODEX보험은 25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23.73% 올라 상승률 1위에 올랐다.

TIGER현대차그룹+펀더멘털, KODEX자동차 등도 주가가 20% 이상 뛰었고 KODEX은행, ARIRANG고배당주는 14%의 상승률을 내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 뒤 국내 ETF시장 수익률 상위 종목은 금융과 자동차, 고배당, 배당성장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4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 여러 자산운용사 전문가들은 올해 ETF시장은 인공지능(AI)와 반도체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입을 모았다.

10대 자산운용사의 2024년 추전 ETF 상품에도 AI반도체와 글로벌반도체액티브,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 종목들이 주를 이뤘다.

실제 1월에는 수익률과 거래량 양쪽 상위권에 AI반도체, 이차전지, 미국 빅테크 종목들이 포진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ETF시장 흐름이 완전히 저PBR 테마로 쏠린 것이다.

금융과 자동차업종은 대표적 저PBR주로 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은행주와 보험주 PBR은 평균 0.4~0.6배 수준이다. 현대차(0.6배), 기아(0.9배) 등 자동차업종의 PBR도 자산과 비교해 주가가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금융과 자동차업종은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코스피 기업들 평균보다 높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보험업종은 올해 ROE가 10% 안팎,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약 12%, 18%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ROE 7% 이상, 시가총액 대비 현금자산 비중 10% 이상, PBR 0.6배 이하를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조건으로 꼽았다.

정부는 2월 안에 증시부양 정책 세부내용을 발표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서 기업가치 우수 상장사를 모은 상품 지수 ‘코리아 프리미엄지수’ 개발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효과가 ETF 수익률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주주환원 및 자사주 매입 관련 ETF들의 추가 상장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ESG 평가 개선, 행동주의 펀드 자금 유입 기대감이 잔존하는 만큼 배당과 자사주 매입 관련 상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