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가 이끌었던 ‘AI 열풍’ 이제는 악재, MS 구글 투자 대비 성과 회의적

▲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 파리 지사 건물.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를 견인했던 인공지능 사업이 거꾸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 지출 증가 때문이다. 

해외 증권업계와 외신은 인공지능을 향한 기대감에 고평가됐던 주가 역시 기업가치에 적합한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와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 하락을 겪은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의 인공지능 경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2.7%, 알파벳 주식은 7.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오른 약 620억 달러(약 82조 원)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전문가들이 내놓은 예상치 611억 달러(약 81조 원)보다 높았다.

앞서 30일(현지시각)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022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13% 오른 863억 달러(약 114조 원)로 집계됐다. 

CNBC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이 내놓은 실적은) 좋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Good, but not good enough)"라며 "투자자들의 열띤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내놨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두 기업에 내비친 기대는 상당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주식은 인공지능 사업 열풍에 힘입어 신고가를 경신하며 각각 70%, 56% 이상 급등했다.

그런데 두 기업의 실적이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융전략자문업체 매디슨앤월(Madison and Wall)의 브라이언 와이저 애널리스트는 CNBC를 통해 "많은 시장 투자자, 애널리스트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구글을 향해 다소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그동안 이 분야(인공지능)에서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두자릿수 수준의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사업을 보고 빅테크 기업들에 투자한 사람들이 이 사업의 성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빅테크 주가 이끌었던 ‘AI 열풍’ 이제는 악재, MS 구글 투자 대비 성과 회의적

▲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의 기대감도 투자자들 못지 않았다. 이는 설비 투자 즉 지출 항목에서 드러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버 장비와 부지 매입에 97억 달러(약 12조9262억 원)를 썼다. 2022년 동기 63억 달러(약 8조3953억 원)와 비교해 53.9% 증가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설립과 장비 구입 등 자본 지출로 110억 달러(약 14조6586억 원)를 사용했다. 이전 해 동기 대비 44.7% 늘었다.

데이터센터나 서버장비 지출은 주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 사업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1일(현지시각) CIO다이브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에 이뤄진 자본적 지출(CAPEX)은 유저, 광고주, 개발자, 클라우드 고객들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라며 기업과 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꼽았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과한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 관련 지출을 과하게 늘렸다고 봤다.

리 수스타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관련주를 당장 사고 실적은 나중에 확인하면 된다(buy now find out later)는 마인드였다”며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부응해) 자사의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인공지능 사업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에 인공지능 사업을 위한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2026년까지 사업비 32억 달러(약 4조2704억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고성능 인공지능 칩 구매, 데이터센터 부지 매입 비용, 전문인력 교육 비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로 실적을 견인한 건 인공지능 사업이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져(Azure)를 통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알파벳도 구글 클라우드 등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렛 이버슨 IR 담당 부사장은 31일 콘퍼런스 콜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인공지능 인프라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향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인공지능을 위한) 설비 마련 지출이 실적에 주는 악영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사업 지출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서 내는 수익을 통해 상쇄해 매출에 지장이 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메타, 아마존, 애플 등도 1일(현지시각)부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CNBC는 애플 주식은 지난해 12월에 최고가를 경신했고 아마존도 지난 최고가 6% 아래까지 오른 상황이라 이번 실적 발표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해설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