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ASML이 신형 하이NA EUV 장비 가격 부담으로 고객사들이 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반박했다. ASML의 하이NA EUV 이미지. < ASML > |
[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ASML의 신형 ‘하이NA’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파운드리 업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TSMC가 생산성과 비용 등 측면을 고려해 신기술 도입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해 경쟁우위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반도체 전문지 빗츠앤칩스에 따르면 ASML은 하이NA EUV장비 가격이 높아 파운드리 시장에서 수 년 안에 폭넓게 채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ASML이 최근 인텔 미국 반도체공장에 첫 출하를 시작한 하이NA EUV 장비는 1대당 최대 4억 달러(약 5333억 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저 대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빗츠앤칩스와 인터뷰에서 “하이NA 장비를 향한 상위 파운드리 업체의 관심이 높다”며 “충분히 기대치를 충족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빗츠앤칩스는 하이NA 장비가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에 외면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ASML이 이러한 시각에 선을 긋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이NA EUV는 2나노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에 주로 활용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인텔은 이를 하반기 양산하는 18A(1.8나노급)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세미애널리시스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TSMC가 이를 도입하는 시기는 2030년 전후로 예상보다 크게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NA 장비를 첨단 공정에 서둘러 활용하는 일이 오히려 반도체 생산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돼 투자비용 부담 대비 성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것이다.
웨이저자 TSMC CEO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장비 가격과 기술 성숙도 등을 고려해 고객사가 원하는 시점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과 같이 하이NA EUV 장비 물량을 서둘러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쓰이는 웨이퍼 이미지. <삼성전자> |
대센 ASML CFO는 빗츠앤칩스를 통해 “고객사들이 하이NA 적용 시점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분명히 가능한 이른 시일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NA EUV를 활용할 수 있는 첨단 미세공정을 개발하는 파운드리업체는 TSMC와 인텔, 삼성전자 3곳에 불과하다.
대센 CFO가 하이NA와 관련해 복수의 고객사가 가능한 이른 시점에 적용을 추진한다고 언급한 것은 삼성전자가 TSMC 대신 인텔과 비슷한 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ASML이 최근 삼성전자와 한국에 EUV 관련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한 점도 하이NA EUV 기술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TSMC보다 적극적으로 차세대 미세공정에 하이NA EUV 장비 선제도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하이NA 기반 파운드리를 도입한다면 반도체 집적도를 높여 성능과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유리해진다.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두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인텔과 경쟁에 대응하는 데도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하이NA 장비의 높은 가격과 생산성 하락 가능성 등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는 다소 리스크를 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하이NA EUV 도입 시점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며 시장 상황과 고객사 수요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상위 파운드리 업체의 하이NA 기술 활용은 당연한 수순으로 꼽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장비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유리한 전략으로 꼽힌다.
ASML은 올해 하이NA EUV 장비 10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2026~2027년까지 연간 20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대센 CFO는 “하이NA 장비가 경제적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