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주는 지난해 말만 해도 연초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연초 효과’로 새해에는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증권주 주가는 1월 들어 다른 업종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 증권주가 4분기 실적 부진전망 등 영향으로 부진한 주가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주요 증권사의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은 만큼 선별적으로 접근할 시기라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점진적 실적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증권 관련주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1월 들어 이날까지 6.67%(43.96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KRX증권지수는 지난해 11~12월 증시 상승흐름과 당국의 주가부양정책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기대 등으로 오름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12월 연중 최고수준을 기록한 KRX증권지수는 연초 들어 하락 전환한 뒤 부진한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 이후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며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실적시즌을 지나면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합산 순손실 1496억 원을 내면서 기존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밑돈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4분기 주요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와 부동산 PF 부실,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 탓에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 대표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교체된 점도 일회성 비용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요인으로 꼽혔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말 시가평가가 이뤄지는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실과 경영적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 선제 대응 등에 따라 2023년 4분기 주요 증권사 실적은 기존 추정치보다 더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요 증권사들이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통해 위험 요인을 선반영한 만큼 지난해 4분기 실적 저점을 통과한 뒤 올해부터는 실적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2024년 예고된 기준금리 하락이 증권주 주가의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기업공개와 채권발행 등 기업금융(IB) 활성화, 채권 관련 운용손익 증가 등으로 증권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안영중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주는 향후 금리 하락 기조로 대규모 비용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24년부터 경상적 이익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낮은 주가 수준에서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 삼성증권 등 리테일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선호 종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
종목별로 살펴보면 부동산 투자 관련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부동산사업 비중이 적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을 선호 종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 상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고 부동산 PF 및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적은 증권사에 투자할 때 안정적 실적 및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은 부동산 대체투자 관련 비용이 줄어들 경우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한국금융지주를 차선호주로 꼽았다. 키움증권은 4분기 실적 하락폭이 적고 배당관련 모멘텀이 남아있는 NH투자증권을 선호종목으로 제시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