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뒤 대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해 공격경영을 예고했다.
CJ그룹이 12일 실시한 임원인사는 이 회장의 경영공백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를 잘 이끈 데 대한 격려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CJ그룹은 통상적으로 12월에 인사를 하는데 석달이나 당긴 점이나 50명이나 되는 임원을 승진한 것도 이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 와중에 승진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CJ그룹 내부에서 불만도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
이번 인사의 특징은 바이오와 물류사업 강화, 성과 있는 곳에 대한 보상, 외부인사 중용 등으로 정리된다.
이번 인사에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과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장이 가장 눈에 띈다.
김 부회장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오너일가나 영입이 아닌 내부 임원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처음이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측근이자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의 일원이었던 김 부회장을 전진 배치해 경영안정성을 높였다”며 “그룹의 현금창출원인 CJ제일제당과 물류사업 부문 최고경영자를 승진해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잡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 김 부회장의 승진을 놓고 ‘CJ그룹이 바이오부문에 힘을 더 싣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바이오 부분에 관한 한 국내에서 최고의 CEO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또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이미경 부회장과 함께 비상경영위원회에 참가해 이 회장의공백을 훌륭히 메웠다고 평가받는다.
그룹 공채가 아닌 다른 회사 출신 임원들이 중용됐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김 부회장은 미원 출신인데 부사장 대우급 이상 승진자 21명 가운데 김 부회장처럼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는 10명에 이른다. 박 사장도 대우인터내셔널 중국지사장 출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의 개방적인 조직문화는 외부 영입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며 “여기에 철저한 성과중심 보상체계가 결합되면서 ‘이재현식 실용주의’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병 치료를 위해 10월 미국을 다녀온 뒤 경영에 본격 관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건강 상태가 다소 호전된 이후 올해 말이나 내년쯤 열리는 주주총회에서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올해 연말에 일부 경영진을 물러나게 하고 새로 진용을 갖춘 뒤 공격경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다시 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CJ그룹이 인수의사를 밝힌 동양매직과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부재로 3년 동안 정체됐던 투자와 인수합병 등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