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 상속세 공제혜택을 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이 가업상속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자 새누리당은 오히려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해 맞불을 놨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놓고 여야 국회의원 법안 대치  
▲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내용으로 재계에서 관심이 많은 제도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45년 이상 주된 업종 변경없이 계속해서 사업을 유지해온 명문장수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늘리기 위한 법안이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중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명문장수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기존 500억 원에서 1천억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가업승계 사전증여 특례한도를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추 의원은 “일자리 제공과 사회적 가치 창출 등 그 기여가 충분히 큰 명문장수기업이 그 명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업승계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10년 이상 유지된 기업을 상속받는 경우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 단 상속 후 10년 동안 자산과 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가업상속 공제한도는 2007년 1억 원에서 2008년 30억 원으로 확대됐고 2009년 100억 원, 2012년 300억 원으로 점차 늘어났다. 2014년부터 공제대상이 매출 3천억 원으로, 공제액과 공제율도 500억 원, 100%로 대폭 확대됐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제도 확대가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고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다시 가업상속공제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여당에서 나온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은 야권의 가업상속공제 축소 움직임과 정반대로 대치된다.양쪽에서 서로 다른 법안을 발의하면서 20대 국회에서 가업상속공제 논의가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 3천억 원 이하에서 2천억 원 이하로 축소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적용범위를 적용하면 중견기업 약 380여 곳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놓고 여야 국회의원 법안 대치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개정안은 사업용 자산 전체에 적용되던 상속세 공제를 70%로 제한하고 공제액 한도도 300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박 의원은 “가업상속공제로 수백억 원의 상속세 감면이 이뤄져 세금없는 부의 세습이 발생했다”며 “과도한 공제를 제한하고 세수 증가와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가업상속공제 축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려던 것을 저지한 것도 김관영 국민의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당시 김 의원은 본회의 표결 직전 반대토론에 나섰는데 많은 의원들의 공감을 얻어 법안 부결을 이끌어냈다.

김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이렇게 가업 승계를 아주 쉽게 그리고 대폭적으로 허용하여 상속세 제도를 무력화시킨 적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세청 직원들도 상속제 제도 무력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강도높은 공제축소 방안을 내놓았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8월26일 가업상속공제액 한도를 30억 원으로 제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이 가업상속공제에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당의 중심인물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자수성가 기업가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안 전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나라 100대 부자 중 75명이 상속부자”라며 “승계경제가 아니라 창업경제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희망을 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