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매각 입찰이 유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HMM 매각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본입찰 이후 하림그룹의 우선협상대상 선정이 유력했으나 동원그룹이 입찰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면서 우선협상대상 선정 과정이 꼬이고 있다.
11일 HMM 매각작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지난주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늦어지고 있다.
매각 측은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는데 동원그룹이 매각 과정의 불공정성을 들며 문제를 삼아서다.
동원그룹은 하림그룹이 매각 측에 요청한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받아들인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대응도 나설 태세다.
▲ HMM 지분매각의 우선협상대상 발표가 당초보다 늦어지고 있다. |
논쟁의 핵심은 잔여 영구채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율 희석을 입찰가격에 감안해서 제시했는지 여부다.
동원그룹은 희석을 감안해 가격을 제시했고 하림그룹은 희석을 감안하지 않은 가격을 제시했다. 두 기업이 제시한 가격은 하림그룹이 1천억 원 가량 앞서고 있다.
현재 매각 대상인 HMM 지분은 약 57.9%이다. 잔여 영구채 1조6천억 원이 전환되면 매각 대상 지분율은 약 38.9%까지 낮아진다.
유예 시 '연배당 상한 5천억 원'을 적용한 인수자의 추가 수령 배당금은 연 950억 원이다. 동원그룹이 이를 고려했다면 하림그룹보다 높은 가격을 썼을 수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하림그룹이 제안했다고 알려진 영구채 전환 유예가 받아들여진다면 KDB산업은행이 처음 내걸었던 조건과는 다른 것이다"며 "법적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원그룹은 정량적 평가(입찰금액)에서는 하림그룹에 뒤처지지만 정성평가에서는 앞서고 있다.
정성평가 요소로는 △임직원 고용 승계 등 운영 계획 △우발채무 반영 수준 △출자확약서(LOC)의 기간 등 거래종결성 △연간 5천억 원 상한의 배당제한 요구 수용 등이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HMM 같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공적기관이 매각한다면 절차적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동원그룹의 주장을 매각 측이 수용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KDB산업은행은 7월20일 매각 공고와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예정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매각 공고문은 잔여 영구채의 주식전환을 가정한 잠재발행주식총수와 지분율이 나와 있는데 원매자에 향후 투자위험을 알리는 문구로 볼 수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매각이 지연되거나 아예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력한 협상대상 후보였던 하림그룹의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 요청에 대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그룹은 잔여 영구채 전환 유예 이외에도 △HMM 자사주 매입 허용 △재무적투자자인 JKL파트너스의 5년 내 엑시트 허용 △산업은행 및 해양진흥공사의 HMM 사외이사 지명불가 △경영 관련 사전협의 미수용 등의 조건을 매각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양진흥공사는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당분간 HMM에 영향력을 유지해야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양진흥공사는 기관의 설립 목표인 ‘한국 해운산업 재건’이라는 관점에서 HMM을 민간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의 오판으로 파산한 한진해운의 비극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 HMM의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잔여 영구채 1조6800억 원의 처리방안이다. |
반면 KDB산업은행은 HMM의 경영 정상화에 따른 공적자금 회수와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 안정화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6월 KDB산업은행의 BIS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HMM의 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해야한다고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다.
결국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대기업이 HMM을 거둘 적임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 인수자로 대기업이 적격이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매각 측이 잔여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고 상환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