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조사로 진퇴양난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에 이어 신 회장도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롯데그룹 혐의를 아버지에게 떠넘기기도 난처하고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짊어지기에도 어려운 형편에 몰릴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 반감을 보여온 만큼 검찰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도 신 회장에게 부담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6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는데 신 총괄회장 측은 고령과 건강을 감안해 방문조사를 희망하고 있다.
검찰은 소환이 됐든 방문조사가 됐든 신 총괄회장의 인지상태만 괜찮다면 그를 직접 조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받고 있는 탈세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의 혐의 외에도 신동빈 회장과 그룹의 비리에 관한 내용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 다음으로 신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게 될 게 명확한데 신 회장 입장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신 회장이 검찰조사에서 신 총괄회장이 모든 결정을 했다고 진술하게 되면 아버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인원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은 유서에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2015년 초까지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했다”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지만 신 회장이 직접 이런 진술을 하기는 상당한 결단이 요구된다. 자칫 불효자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인지상태에 문제가 없어 검찰조사를 받게 된다면 사이가 좋지 못한 신동빈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다”며 “신 총괄회장을 신 회장에 앞서 조사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노림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신 회장을 향한 올가미를 씌워놓고 서서히 좁혀오다 신 총괄회장을 먼저 조사하겠다는 방침으로 일격을 가한 셈”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소환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6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사장을 다시 불러들여 조사했다.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장은 전날 오전에 재소환돼 15시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책본부핵심인사들과 신격호 총괄회장 등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동빈 회장 소환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