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윤핵관은 사실상 없어지는 단계에 왔다”며 “정책뿐만 아니라 인사, 당과의 관계 등이 관전 포인트인데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 중진의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는 혁신위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의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출마 권고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5선 주호영 의원과 대표적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 사수 의지를 보이며 실력행사까지 나섰다.
주 의원은 8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장 의원은 11일 자신의 외곽 지원조직인 여원산악회가 경남 함양에서 개최한 15주년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라며 “사상 발전의 꿈을 완성하는 업적 하나면 족하다”고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들의 움직임을 두고 강력한 대처를 예고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인 위원장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JTBC 장르만여의도 인터뷰에선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이제 특단이 나온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로 여겨지는 인 위원장의 수도권 차출 요구에 영남 중진들이 잇따라 거부 의사를 내비치는 가운데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관계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고개를 든다.
실제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에 대통령실은 전혀 몰랐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김포 편입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이라고 보면 되느냐’는 야당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이 대통령실과 교감한 결과물이라는 보도에는 “허위 보도”라고 부인했다.
장관들도 일제히 해당 방안을 놓고 당과 협의한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직 정부에서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같은 회의에서 야당의 질의에 “전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모진에서 국민의힘 출신 주요인사가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정무수석에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홍보수석에 이도운 대변인, 시민사회수석에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장 등이 거론된다. 현재 이진복 수석, 김은혜 수석, 강승규 수석 등 모두 전직 국민의힘 의원들이 맡은 자리다.
특히 당과 대통령실의 가교역할을 하는 정무수석조차 전현직 의원이 아닌 인물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내 MB계로 꼽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에서는 2021년 열린 4·7 재보궐선거의 경선준비위원을 맡은 것이 전부다.
신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과학기술수석과 환경노동수석에도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 출신 기존 김대기 비서실장부터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까지 전원 비정치인 참모진이 꾸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