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가 기업가치 사수에 안간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의 수익성 개선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매각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시황 악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 대표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가 컨테이너 운임방어를 통해 기업가치를 사수에 힘쓰고 있다. |
13일 HMM의 주력사업인 컨테이너 부문의 이익률이 예상보다 더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 HMM 컨테이너 부문의 영업이익은 222억 원으로 벌크 부문의 영업이익 52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못미쳤다.
특히 주력 항로인 유럽노선의 현물(Spot)운임 하향세와 함께 장기운송계약의 신규 갱신 운임이 이전보다 하락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 통상 장기운송계약 운임은 매해 1월부터 갱신협상을 시작해 2분기 말 쯤부터 새로운 운임이 적용된다.
HMM의 3분기 지역별(도착지 기준) 운송수익을 살펴보면 구주항로는 4866억 원으로 2분기 5331억 원과 비교해 8.3%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기간 구주항로 운임 수준은 1TEU당 848달러에서 776달러로 낮아졌다.
김 대표는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임시결항(Blank sailing)과 운임일괄인상공지(GRI)에 동참해 화주와의 현물화물 운임협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해운전문매체 디로드스타(TheLoadStar)에 따르면 디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선사 4곳은 11월 중순부터 극동-북유럽(FE5), 극동-미주동안(EC4) 등 항로 운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9월 말에도 극동~북미(PN3) 항로의 운항을 멈추기도 했다.
운임일괄인상공지는 화주에게 운임인상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감속운항, 일부기항지 생략, 계선, 폐선 등의 공급감축 조치가 종종 행해진다.
HMM은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디얼라이언스는 3분기부터 임시결항을 좀 더 공격적으로 진행했다”며 “운임일괄인상공지에서도 추가가격 인상을 모색하고 있다. 운임일괄인상공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선사들의 공급량 조절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일괄운임인상공지와 공급축소 조치를 통해 현물운임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해운선사들의 노력들이 단기적 효과에 그치고 내년에도 공급우위의 수급상황이 지속돼 낮은 운임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HMM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4년도 선복량 증가율은 9.1%, 물동량 증가율은 2.2%이다. 해운분석업체 드루어리(Drewry)는 내년에 컨테이너선 운임이 3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업황 악화 전망이 나오면서 HMM 경영권 매각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올해 운임수준이 하락하면서 HMM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14.7%, 2분기 7.5%로 하락했다. 매각의 걸림돌이었던 해운업황 악화 우려를 그나마 덜어낸 것처럼 보였으나 3분기 영업이익률이 3.6%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사업성에 대한 우려스러운 전망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잠재적인 원매자들로서도 인수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막대한 자금을 붓고 HMM을 인수하더라고 시황 악화로 대규모 손실을 떠앉는 ‘승자의 저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인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은 HMM과 규모 면에서 비슷하거나 뒤쳐졌다. 해운업계 곳곳에서는 이들이 해운업의 하강국면에서 장기간 손실을 감내할 만한 이익체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HMM이 보유한 2만4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KDB산업은행에서도 유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HMM의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물론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3분기 이익 마지노선이 뚫린 점을 들어 흑자를 유지한 HMM의 사업경쟁력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시각도 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은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사선(구매해 보유한 배)으로 두고 있는데 이만큼의 초대형 사선 규모를 갖춘 회사는 HMM 밖에 없다”며 “규모의 경제 효과로 원가절감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봤다.
선복량 기준 글로벌 해운업계 2위 머스크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2700만 달러(약 357억 원)를 기록하면서 1만 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HMM 경영권 매각은 23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