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한진그룹 입장에서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드디어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2분기에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본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한진해운 지원에 대한 부담에 주가가 하락하는 등 발목이 잡혀왔다.
한진도 한진해운의 자산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자칫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한진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양호 회장이 해운업에 대해 애정이 깊은 만큼 한진해운을 대신해 한진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주가 일제히 급등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진해운 주가는 급락했지만 대한항공과 한진칼,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대한항공 주가는 30일 전날보다 6.87% 오른 3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 한진칼과 한진 주가는 전날보다 5.85%, 7.9% 올랐다.
한진해운 추가지원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주가도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진해운의 추가자구안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면서 이 회사들의 주가도 급등락을 거듭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가는 한진해운의 추가자구안 제출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지만 추가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자 다시 급등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한항공은 2014년 4월 한진해운 지분을 인수한 뒤 직간접적으로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도 한진해운 지분가치 조정에 따른 평가손실, 영구채권 회수가능가액 하락에 따른 손실 등으로 5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외손실을 냈다.
한진칼과 한진도 한진해운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을 간접 지원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한진의 신용등급이 한진해운 지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일제히 강등되기도 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분과 영구채, 전환사채 등을 더해 모두 5천억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이 회생에 실패할 경우 대한항공의 손실처리가 불가피해 단기적으로 그룹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추가 지원 리스크가 궁극적으로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호재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 한진 통해 해운업에서 재기하나
한진해운의 자산을 잇달아 매입한 한진이 한진해운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회사를 꿈꿨던 만큼 이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
한진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 전량을 1355억 원에 인수했고 최근 동남아항로 일부 운영권도 621억 원에 넘겨받기로 했다. 최근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 21.33%도 230억 원가량에 취득했다.
한진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6월 말 서울고속버스터미날 지분 16.67% 전량을 신세계그룹의 센트럴시티에 1658억5천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진이 매입한 한진해운 자산들은 대부분 알짜로 평가받는다. 한진해운신항만은 2007년 9월 설립됐는데 200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한진은 한진그룹에서 육상운송에 주력하고 있다. 해운업도 하고 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자릿수에 그친다.
한진은 한진해운의 아시아노선 영업권을 인수하면서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 진출을 통한 해운사업 강화”라고 인수목적을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한진을 통해 아시아노선에 주력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운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한진해운이 40여 년 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이른 시일 안에 기반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진그룹에서 대한항공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한진해운이 빠지면서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는 하락이 불가피하다. 한진그룹은 현재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11위다.
한진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해운산업의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