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농협은행이 고금리 정기예금 위주로 수신잔고를 크게 늘린 가운데 수익성 유지가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신 부문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입출식 예금 잔고가 큰 폭 줄어드는 데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관리비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 NH농협은행이 5대 은행 가운데 정기예금을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늘렸지만 핵심예금 이탈과 관리비 증가로 수익성 유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율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말보다 9.1%를 늘린 가운데 하나(4.2%)와 신한(3.0%), 국민(-0.3%), 우리(-1.5%, 저축성 예금) 순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 정기예금은 규모도 188조5867억 원으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대표 정기예금 상품 ‘nh올원e예금’ 금리를 선제적으로 높여왔다.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으로도 해당 상품의 최고우대금리는 4.05%로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과 함께 5대 은행 예금상품 가운데 가장 높다.
정기예금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은행이 빌려줄 돈도 풍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시장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었고 은행권은 너나 할 것없이 고금리를 내세워 예금 유치에 나섰다.
최근에는 당시 유치했던 예금 만기가 돌아와 수신경쟁이 재현될 것이란 말이 나왔는데 농협은행이 먼저 치고 나간 셈이다.
다만 농협은행에게는 수시입출식 예금 이탈이 이어졌다는 점은 부담이다. 수시입출식 예금 등은 은행 관점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익성에 크게 기여해 ‘핵심예금’으로도 불린다.
농협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해 말보다 6.8%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는 15.6%가 줄어들었다.
농협은행은 순이익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일반관리비 부담도 안고 있다.
농협은행 3분기 일반관리비는 2분기보다 20.1% 늘어난 9271억 원이었다. 신한(2.5%)과 국민(-0.8%), 우리(-1.0%), 하나(-2.1%) 등 다른 금융지주가 일반관리비를 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폭이 컸던 것이다.
농협은행 3분기 수익성은 결국 악화했다.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9월 말 1.82%로 6월 말 1.85%에서 0.03%포인트 줄었다.
농협은행이 자금이 잘 돌지 않는 농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특수은행으로서 성격을 지녀 함부로 지점폐쇄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관리비는 수익성 유지 관련한 고민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3분기 순이익으로 연결 기준 5749억 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37.7% 줄어든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누적 순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최대실적을 새로 썼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