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우위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다.
 
SK하이닉스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 동의 안 해" "HBM 연성장률 80%"

▲ SK하이닉스가 26일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에 반대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은 26일 열린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으로 SK하이닉스가 투자한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해당 건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베인캐피털과 비밀계약 유지 계약에 의해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통합과정에는 키오시아에 간접적으로 출자를 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키오시아의 최대주주는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컨소시엄에 2018년 약 4조 원 가량을 투자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HBM3뿐만 아니라 HBM3E의 2024년 생산량이 현시점에서 솔드아웃(품절)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 추가 수요 논의도 들어오고 있다. 수요 부분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HBM3은 현재 주력인 HBM 4세대 제품이고 HBM3E는 5세대 최신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이나 시장 관계자들에게 듣는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의) HBM3E 캐파(생산량)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내년을 포함해서 중기적으로도 다양한 인공지능(AI) 플레이어들과 잠재고객을 포함해 생산을 확대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와 비교한 우위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은 제품 전환의 속도가 매우 빨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양산 제품의 품질 성능이나 생산 경험의 관점에서 봤을 때 (SK하이닉스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HBM3E 시장 개화에 따른 구세대 제품의 가격하락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는 “HBM은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D램과 달리 다양한 세대의 제품이 동시전개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신제품이 성능향상, 원가상승을 감안해 평균판매단가(ASP)가 기존 제품보다 높아지더라도 기존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은 D램 산업이 전반적으로 회복될 시기여서 HBM3E 선점 효과를 통해 평균판매단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HBM3를 새로 채용하는 고객사에게는 기존 가격에 준해 공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BM 시장은 당분간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 “HBM 시장은 빠르게 증가 추세에 있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60~80% 성장할 것”이라며 “HBM은 확장가능성이 새롭게 확인되고 있어 그 이상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서버 시장도 AI 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40%씩 확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 설비투자는 선단공정 전환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DDR5나 HBM3E와 같은 선단공정 전환과 함께 2024년 하반기에는 1a(10나노급 4세대), 1b(10나노급 5세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며 “감산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문제는 재고수준과 시장 상황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증가율은 올해 마이너스에서 2024년 플러스로 전환되지만 증가율 폭이 한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비교해 업황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는 “낸드는 적층수 증가에 따른 투자비용으로 원가절감 속도가 감소하고 업계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평균판매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 강화,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지속성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은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은 제품라인업 최적화, 감산, 인력 구조조정, 본사와 중복된 부분의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솔리다임의 강점인 다양한 고객기반, 펌웨어 기술력을 본사 역량과 합쳐 eSSD 로드맵을 최적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