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1.4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트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1.4나노 공정을 도입하면서 속도전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만 타이페이타임스는 18일 “TSMC가 신주과학단지 롱탄 지역에 새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려 했지만 협상에 실패하면서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TSMC는 2026년부터 해당 부지에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7년 또는 2028년부터 가동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었다.
1.4나노 반도체는 현재 사용되는 3나노, 2025년 양산을 계획중인 2나노보다 더 앞선 미세공정 기술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첨단 분야에 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주민들은 대만 정부가 사유지에 해당하는 부지 용도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무리하게 TSMC의 공장 건설을 지원하려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을 내 왔다.
TSMC가 결국 이러한 여론을 꺾지 못하고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셈이다.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성명을 내고 “이전의 부지에는 더 이상 검토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관계당국과 협업해 공장 건설에 적합한 다른 위치를 찾겠다”고 전했다.
TSMC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신주과학단지 부지 활용과 관련된 계획은 대만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다며 선을 그었다.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정부 차원에서 조성한 공업단지로 TSMC의 반도체공장이 다수 밀집해 있다.
그러나 TSMC에서 새 공장 건설을 추진하던 부지의 약 90%는 현재 사유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주민들은 대만 정부가 사유지를 수용해 TSMC 공장 건설에 활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편 대만 경제부는 TSMC가 다른 공장 부지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최대 라이벌인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서 치열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이르면 2027년부터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에 약 6개월 차이로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2나노 공정 상용화 시기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1.4나노 공장 건설 계획마저 백지화되며 자칫하면 삼성전자에 완전한 우위를 허용할 수도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포럼’을 개최하고 2027년 1.4나노 파운드리 도입 계획을 재확인했다.
대만 경제일보는 TSMC가 대만 중부 타이중 또는 남부 가오슝 지역에서 1.4나노 반도체공장 부지를 새로 물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새 부지가 결정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