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공이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채권단의 한진해운에 대한 처리 결과는 정부가 추진해온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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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의 내용이 미흡한 데도 한진해운에 회생의 기회를 줄 경우 정부가 변죽만 울리고 구조조정 의지는 퇴색했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6일 채권단회의를 소집한다. 한진해운이 25일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한진해운이 마련한 추가 자구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용선료를 27~28%대로 조정하는 방안과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해외터미널 등 추가 자산매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이 자구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마련한 추가 자구안은 5천억 원 안팎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제출했던 4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채권단은 추가지원에 나설지, 국내 1위 해운사를 법정관리로 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에서 채권단의 지원이 있으면 부족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2017년 말까지 한진해운에게 필요한 운영자금을 1조 원에서 1조2천억 원 정도로 보고 이 가운데 최소 7천억 원은 그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요구해 왔다.
한진해운이 결국 채권단의 요구에 못 미치는 자구안을 냈을 경우 채권단이 밝힌 기존 원칙대로라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법정관리행을 언급하며 원칙을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부족자금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정상화에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16일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이 없다는 원칙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 국내 1위 해운사를 법정관리로 보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해운업 특성을 감안할 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최소 수개월 동안 정상영업이 불가능해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산업이나 항만, 물류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진해운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주무부처 장관으로 채권단 등에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가는 건 막았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추가 원할 경우에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이 자율협약 기간 내내 강조해 온 원칙이 무너진 데다 ‘버티면 된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또 다른 사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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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특히 한진해운은 경영에서 손을 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보유주식 처분으로 오너일가의 도덕성이 도마위에 올랐던 데다 조양호 회장은 사재출연 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다.
추가 자구안에 조양호 회장이 사재출연 방안을 담았을 경우 채권단의 최종결정에 정성적 측면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자신들이 파산하게 두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버티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밟을 다른 기업들에게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보다 먼저 자율협약을 시작해 무사히 마친 현대상선과 형평성도 문제로 떠오른다. 채권단 스스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형평성을 강조해 왔는데 한진해운 추가지원에 나설 경우 이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운명은 다음주에 결정된다. 26일 채권단 회의를 열지만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주가는 25일 전날보다 1.66% 오른 183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6%대 급락했으나 추가 자구안 제출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주가반등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