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 갑 불출마를 선언했다.
부산 해운대 갑은 보수 텃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역구 개편 이후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하 의원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0월8일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하태경 페이스북>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운대 불출마 소신을 미리 밝히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해운대에서 3선까지만 하겠다는 건 제 오랜 소신이었고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갑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하 의원이 59.74%의 득표로 당선된 곳이다. 21대 총선에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부산지역 최고득표율을 얻었고 2위와 격차도 22.1%포인트로 가장 컸던 지역이다.
하 의원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44.84%를 득표해 유창열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한 뒤 2016년에도 51.75%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지역 지지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져 온 모습이다.
하 의원은 중진으로서 수도권 험지에 나서는 ‘도전’을 선택했다고 강조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하 의원이 부산 해운대 갑 지역구게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비윤(비
윤석열)계로 평가되는 하 의원에게 친윤(친
윤석열) 성향의 인물들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석동현 페이스북> |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지난 총선 당시 해운대갑 당협위원장으로서 하 의원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는데 내년 총선에서도 해운대갑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꼽히고 있다.
석 처장 뿐 아니라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등
윤석열 정부의 다른 인사들도 해운대 갑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치인은 절대 스스로 죽는 길을 걷지 않는다”며 “하 의원이 따뜻한 본인의 홈그라운드(해운대 갑)을 놔두고 희생정신을 발휘해 서울로 가겠다고 했겠나,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8일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의 수도권 출마선언을 두고 “당 지도부와 사전에 협의했지만 하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적 활로를 모색했다는 평가와는 별개로 3선 현역의원인 하 의원이 현재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출마를 선택함에 따라 여권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도 중진 ‘험지출마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검사 출신의 대거 공천을 피해 미리 서울 출마를 선언한 것이든 당을 위한 충정이든 국민들은 이러한 변화를 혁신으로 볼 것”이라며 “민주당이 혁신 경쟁에서 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이나 소속 후보를 패배시켰던 하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만큼 당선확률이 높은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 홍순헌 전 부산 해운대구청장. <홍순헌 페이스북> |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유영민 후보가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 연달아 도전했으나 하 의원에게 큰 격차로 졌다. 민주당이 다른 인물을 물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정치인 가운데서는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이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내년 총선에서 해운대 갑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홍 전 구청장은 2006년, 2018년, 2022년 해운대구청장 선거에 세 번 출마해 2018년에 당선된 바 있다.
홍 전 구청장은 9월4일 BBS뉴스 ‘부산정치 클래스원’과 인터뷰에서 “구청장 4년 동안 마무리하지 못한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일과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지 못하는 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부산 내에서도 보수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60.87%를 득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5.96%)와 큰 격차를 보였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김성수 현 해운대구청장이 61.33%를 득표해 홍순헌 민주당 후보(38.66%)를 누르고 승리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