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지에서 '돌발 홍수(flash flood)'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시에선 9월28일부터 30일까지 200mm가 넘는 비가 내려 시내가 침수되기도 했다. 사진은 침수된 뉴욕시내 도로.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갑작스럽게 짧은 시간 동안 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돌발홍수(flash flood)’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호주에선 빅토리아주 정부가 돌발홍수 주의보를 내렸다.
미국에선 돌발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가 뉴욕시에서만 25조 원, 버몬트주 등 동북부에서 6조8천억 여원 등 32조 원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세계 여러 연구진들은 돌발홍수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현지시각 4일 외신을 종합하면 세계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시기에 강수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호주 ABC 방송은 빅토리아주 정부가 4일 북동부 지역의 폭우가 예상된다며 주민들에게 돌발홍수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9월초 가뭄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던 이 지역에는 9월 평균 강우량의 8배에 달하는 최대 150㎜ 수준의 폭우가 10월초까지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뉴욕시에선 9월28일부터 30일까지 평균 200mm가 넘는 비가 쏟아져 시내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사망자수는 43명에 이르렀으며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주거 지역인 브루클린과 퀸즈 일대에 피해가 집중돼 7만 채가 넘는 가옥이 피해를 입거나 파괴되고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이 마비됐다.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시 감사원은 재산 피해가 190억 달러(약 25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9월29일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이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말하며 뉴욕주 21개 카운티에 걸쳐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와 더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들은 갑작스러운 홍수 사태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기후변화연구기관 클리마미터(climameter)가
올해 미국 뉴욕시에서 관측된 폭풍들이 동반한 강수량을 집계한 결과 올해는 평년과 비교해 10~20% 더 많은 비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 정부에 따르면 뉴욕시의 강수량은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5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온상승에 따라 강수량도 꾸준한 상승지표를 보인 셈이다.
토마소 알베르티 이탈리아 국립지구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뉴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지구 기후의 변화 양상과 일치한다”며 “따라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갑자기 내린 비에 침수된 버몬트주 주도 몬트필리어시 시내. <연합뉴스> |
뉴욕시가 겪은 돌발 홍수 현상은 뉴저지주와 펜실베니아주 등 미국 동부 전역에 걸쳐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버몬트주에는 7월10일 사흘 만에 주 전역에 걸쳐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주도 몬트필리어시가 침수되고 교통망이 마비됐다.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플리머스시에는 하루에 23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홍수는 인근 주에도 확산돼 기상예보업체 어큐웨더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미국 동북부 주들이 입은 누적 피해액은 최대 50억 달러(약 6조8천 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옵마누 럴 콜롬비아 수자원 연구센터 디렉터는 블룸버그를 통해 “기온 상승에 따라 강수량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집중호우 현상을 불러오는 대류 폭풍이 잦아져 향후 돌발홍수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돌발홍수는 호주,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 9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할리스코 주에선 9월25일 돌발홍수가 일어나 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원래 돌발홍수는 지형적으로 급경사가 진 지역 즉 산악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일어나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 즉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머금는 습기가 늘면서 집중호우가 돌발홍수가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주거 지역 등 도심에서는 2022년 8월 강남역 침수 사고 때처럼 기존 배수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강우량이 집중되면 돌발홍수로 이어진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