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과 해운업계가 현재 친환경 전환의 핵심으로 주력하고 있는 대체연료만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 공급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는 나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연료를 모두 대체연료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항공사는 전기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으며 해운업계에서는 풍력 돛 등 대체수단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은 인도에 있는 바이오 연료 생산 시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항공기와 선박의 성공적인 친환경 전환을 위해서는 대체연료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 공급 수단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향후 대체연료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일 외신을 종합하면 항공 및 해운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항공기와 선박 운영에 사용할 대체연료가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과 해운업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각각 약 2%와 3%를 차지하고 있는 탄소 고배출 산업이다. 업계에서는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을 대체연료로 보고 투자를 집중해왔다.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지속가능성심포지엄’에는 유럽과 북미의 주요 항공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항공사 대표들이 대체연료가 항공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가예고 IAG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현장에서 “식품에 수급을 의존하는 바이오 연료보다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석유화학연료가 더 나은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바이오 연료는 원료가 되는 설탕과 시리얼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업계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할 토지는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 생산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칼스텐 스포르 루프트한자AG 최고경영자는 “루프트한자 항공기들에 공급할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데에만 독일 전체의 에너지 공급량만큼 필요하다”며 “바이오 연료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할 때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현재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연료 가운데 0.15%만이 바이오 연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에 비해 적은 공급 탓에 가격도 높아 업계에서 대체연료를 선뜻 선택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항공사 대표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체연료가 화석연료의 실용적 대안이 되려면 원료 공급을 위한 토지 확보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늘려 대체연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체연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자동차처럼 이차전지를 활용한 전기 항공기 연구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7월 중순에는 영국의 스타트업 항공사 에코젯이 향후 2년 이내로 유럽 대륙 전역을 오가는 전기 항공기 노선을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 '카길'에서 실험하고 있는 풍력 돛을 단 컨테이너선. < BAR 테크놀로지스 유튜브 > |
이번 항공사 대표들의 발언에 앞서 해운업계에서도 대체연료 수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9월 초 노르웨이선급협회(DNV)는 선박 대체연료 수요와 공급량의 변화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세계에 유통될 대체연료 가운데 해운업계가 사용할 연료를 모두 확보하려면 전체 물량의 약 30~40%를 독점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업계와 차량 등 여타 업계에서 필요로 할 대체연료를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선박에서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노르웨이선급협회에서는 보고서를 통해 “풍력 돛을 비롯한 보조 동력 수단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거나 핵추진처럼 선박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길’과 ‘오드펠’ 등 대형 해운업체에서는 풍력 돛을 달아 자사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크누트 외르벡 닐슨 노르웨이선급협회 사업부 담당자는 “대체연료 공급망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체연료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지금부터 2030년까지 성공적 탈탄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